“일반 시민이 오페라 무대에 서는 것은 기적 같은 일입니다. 단원들은 ‘우리 생애 최고의 날’을 위해 즐겁게 연습하고 있습니다.”
대한항공 전직 여승무원 동우회 합창단 ‘카사(KASA) 코러스’의 김혜순 단장은 지난 2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3회 광화문광장 야외 오페라 ‘마술피리’ 기자간담회에서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김 단장은 “카사 코러스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오페라에 참여하는데, 작년보다 참여 열기가 뜨겁다”면서 “단원들이 올해는 연습 시작 전에 이미 인공지능(AI) 앱을 활용해 독일어 가사 발음을 익혔다”고 소개했다.
서울시오페라단은 박혜진 단장이 취임한 2023년부터 광화문광장에서 무료 야외 오페라를 선보이고 있다. 2023년 ‘카르멘’, 지난해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에 이어 올해는 6월 1~2일 ‘마술피리’를 선보인다. 광화문광장 야외 오페라는 긴 원작을 압축해서 흥미롭게 보여주는 한편 아마추어 시민 합창단을 무대에 세우는 것이 특징이다.
모차르트의 ‘마술피리’는 대사와 노래가 번갈아 나오는 독일 징슈필 오페라로, 이번 공연에선 한국어 대사와 독일어 노래로 공연된다. 소프라노 김순영 양귀비 이하나 문현주, 테너 김성진 이명현, 바리톤 박정민 공병우, 베이스 이준석 최공석 등 실력파 성악가들이 주·조역으로 출연한다. 김광현이 한경아르테필하모닉을 지휘하며, 장재호가 연출을 맡았다. 그리고 프로 오페라 합창단인 위너오페라합창단과 시민 합창단을 합해 130여 명이 출연한다.
서울시오페라단은 광화문광장 야외 오페라를 시작한 첫해부터 공모를 통해 아마추어 합창단을 모집했다. 지휘자 및 반주자와 정기적 합창 연습을 하며 연습 공간이 있는 단체일 것 그리고 연습과 본공연에 성실히 참여하는 것이 조건이었다. 첫해는 공연이 많이 알려지지 않은 탓에 공모 참여 단체가 적어 모집 기간을 연장했다. 하지만 두 번째 해부터는 공모 참여 단체가 늘어나 올해는 6개 단체(250여명) 가운데 4개 단체를 영상 심사 등으로 뽑았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카사 코러스(27명)를 비롯해 연세여아름(23명), 서울여성콘서트(24명), 늘푸른연세(15명) 등 4개 단체의 단장이 참석했다.
1회부터 참여한 연세여아름의 허경석 단장은 “오페라는 일반인이 다가가기엔 어렵다. 하지만 광화문광장 야외 오페라에 참여하면서 오페라의 재미를 느끼고 관심이 커졌다”고 말했다. 올해 처음 참여한다는 늘푸른연세의 김석우 단장은 “합창단 활동을 오래 했지만, 오페라는 처음이라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단원들이 열정적으로 연습에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모를 거쳐 지난 3월 중순 선발된 시민 합창단들은 각자 연습하다가 4월 말부터 토요일마다 전체 연습을 하고 있다. 시민 합창단에 대해 소프라노 양귀비는 “프로 합창단은 ‘마술피리’를 여러 차례 경험했기 때문에 단원들의 리액션이 전형적이다. 반면 하얀 도화지 같은 시민 합창단은 순수한 감정 그대로 리액션을 해서 신선하다”고 말했고, 연출가 장재호는 “시민 합창단의 에너지가 프로덕션 전체에 활기를 불어넣는다”고 설명했다.
한편 올해 ‘마술피리’ 예약은 그야말로 ‘피켓팅’(피 튀길 만큼 치열한 티켓팅)이었다. 지난 9일 오후 2시 세종문화회관 누리집을 통해 신청을 받자마자 1분도 채 되지 않아 2000석이 모두 동났다. 박혜진 단장은 “올해는 “세종문화회관 중앙계단을 무대로 쓰면서 5미터 넘는 대형 LED 화면을 설치하는 만큼 티켓이 없어도 광장 주변에서 공연을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서울 시민 누구나 한 번쯤은 오페라를 볼 수 있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광화문광장 야외 오페라를 시작했다. 횟수를 거듭할 수록 오페라를 기다리는 관객이 늘어나는 것을 실감한다”고 피력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