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최근 유세 현장에서 즉흥 연설을 늘려가며 한동안 자제했던 ‘사이다 화법’을 재가동하고 있다. 자신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에 맞대응하는 과정에서 발언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다. 민주당 내부에선 이 후보의 독한 애드리브가 자칫 새로운 시빗거리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와 참모진은 이 후보에게 ‘대본 중심 유세’를 권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이 후보는 현장 분위기에 맞춰 즉석 발언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최근 논란이 된 이른바 ‘판검사 룸살롱’ 발언도 계획에 없던 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는 지난 19일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광장에서 “소위 판검사로 배 두드리고 큰소리 뻥뻥 치고 룸살롱 접대받으면서 살려고 했다”며 지귀연 부장판사를 둘러싼 룸살롱 접대 의혹을 겨눴다.
이 후보는 자신을 향한 정치적 공세나 의혹 제기에도 공격적으로 반박하고 있다. 그는 지난 13일 경북 포항 유세에서 ‘친중’ 공세를 받은 ‘셰셰’(謝謝·고맙습니다) 발언을 두고 “제가 대만에도 셰셰, 중국에도 셰셰했다. 틀린 말을 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후보는 자신에 대한 ‘일극체제’ 비판과 관련해서는 “당이 갈라져 싸우는 게 더 좋은가. 부러워서 하는 소리”(지난 16일 군산 유세)라고 말했다.
이 후보가 발언 수위를 끌어올리는 데는 대선 레이스 ‘1강’이란 자신감이 담겼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문수 국민의힘,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커피값 120원’ ‘호텔경제학’ 이슈 등으로 공격하는 것을 말꼬투리 잡기식 네거티브 공세로 보고 지지층 결집을 위해 오히려 적극 대응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이 후보 발언은 ‘낙관을 경계하라’는 당 선대위 기조와 부딪히는 지점도 있다. 박찬대 선대위원장은 전날 소속 의원들에게 ‘압승’ 등 과도한 표현을 자제하라고 당부했지만, 같은 날 이 후보는 경기 파주 유세에서 “압도적 응징이 필요한 때”라고 외쳤다.
한 선대위 관계자는 21일 “상대 당의 네거티브가 강화되면서 대응이 불가피해진 측면도 있다”며 “비전 중심의 유세 기조는 유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커피값 120원’ 사례처럼 전체 맥락이 아닌 부분적 인용으로 트집 잡힐 여지가 있어서 후보가 즉흥 발언을 조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며 “지난 대선의 아픔을 떠올리며 문제 소지를 최소화하자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