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3종을 바꿔 타보며 비교해봤다. 5000만~6000만원대에 구매할 수 있는 차량을 대상으로 했다.
지난달 19일 GV60을 시승했다. 제네시스가 가장 먼저 선보인 전용 전기차다. 앞모습은 곡선을 강조해 둥그스름한 형태다. 제네시스의 고유 디자인인 두 줄로 뻗은 헤드램프가 역동적인 느낌을 줬다. 운전석에 앉았다. 준중형 차급치곤 내부 공간이 여유로웠다. GV60은 내부 공간에 영향을 주는 휠베이스(앞바퀴와 뒷바퀴 축간 거리)가 2900㎜다. 비교 시승한 3종의 차량 중 가장 길뿐만 아니라 한 단계 큰 차급인 GV70(2875㎜)보다도 길다.
시동버튼을 누르자 공처럼 생긴 크리스털 부품이 뒤집히더니 변속기가 등장했다. “헤이, 제네시스”라고 부르자 바로 알아들었다. 음성을 알아듣는 수준이 상당하다. 말로 목적지를 설정한 뒤 서울 마포구에서 세종시까지 왕복 약 350㎞를 주행했다. 차가 주행을 시작하자 안전벨트가 이제부터 제대로 한 번 달려볼 테니까 잘 기대고 있으라는 듯 몸을 타이트하게 조였다.
운전대(스티어링 휠) 오른쪽에 있는 부스트 버튼을 누르고 가속페달을 밟자 모터 출력이 순간적으로 올라가더니 차량이 치고 나갔다. 부스트를 적용하면 최고 출력 360㎾, 최대 토크 700Nm의 성능을 발휘한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4.0초면 충분하다.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에서 ‘EV’라고 적힌 탭을 손가락으로 터치하니 남은 배터리 용량, 이동 경로상 다음 배터리 충전기 위치 등이 나왔다. ‘제네시스 뮤직’에 들어가니 실시간 인기곡, 봄에 들으면 좋은 추천곡 등 플레이리스트가 떴다.
쉴 새 없이 떠들던 뒷자리 동승자가 조용해졌길래 백미러를 봤는데, 거울이 아니라 디스플레이였다. 카메라가 찍고 있는 후방 상황을 보여줬다. 디지털 백미러는 운전 중 본인 얼굴을 보거나 뒷좌석을 확인하려면 거울 모드로 전환해야 한다. 지난 3월 부분 변경되면서 배터리 용량이 기존 77.44㎾h에서 84㎾h로 늘었다. 1회 충전으로 주행 가능한 최대 거리도 451㎞에서 481㎞로 길어졌다.
지난 14일에 시승한 폭스바겐 ID.4는 겉모습부터 군더더기 없는 세련미를 갖췄다. 차량 전면과 후면 중앙에 동그란 폭스바겐 로고가 앙증맞게 박혀 있다. 로고를 가로지르며 램프까지 이어진 긴 라인이 깔끔한 느낌을 더한다. 여러 차량 구매 기준 가운데 디자인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자라면 비교 차량 중 ID.4의 경쟁력이 가장 높아 보였다.
주행성능도 우수하다. 멈춰있던 차체가 이동할 때 부드럽게 움직여서 가다 서기를 반복하는 도심 주행에 불편함이 없었다. 다만 에어컨이나 히터 등 기능을 작동시키는 방식이 낯설었다. 통상 운전석 문에 있는 사이드미러를 펼치는 버튼이 보이지 않았다. 운전석에서 뒷좌석 창문을 여닫으려면 ‘Rear’라고 적힌 버튼을 터치해야 하는 것도 익숙한 방식은 아니다. 기능 조작의 편의성보다 디자인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버튼을 최소화한 것으로 보인다.
비교 차량 중 가격이 1000만원 가까이 저렴하지만 1회 충전 주행거리는 424㎞로 뒤떨어지지 않는다. 올해 출시된 신형 ID.4는 2000대 가까운 물량이 모두 팔려 추가 물량을 들여올 계획이다.
아우디 Q4 e-트론은 GV60와 ID.4보다 덩치가 좀 더 커 보였다. 운전석 문을 열자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이 땅바닥에 4개의 링을 겹친 모양의 아우디 로고를 연출하며 운전자를 반겼다. 일반 LED보다 더 밝고 촘촘하게 배열한 매트릭스 LED 헤드라이트는 높은 시인성을 제공한다. ID.4와는 다르게 물리 버튼이 많아 직관적으로 기능을 활성화할 수 있었다. 시동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브레이크 페달을 한 번 밟는 것만으로 시동이 걸렸다. 가속 페달을 밟자 차가 부드럽게 전진했다. 내연기관차와의 이질감이 가장 적게 느껴졌다. 민감하게 튀어나가지 않고 매끄럽게 가속했다.
전기차가 감속할 때 발생하는 에너지로 배터리를 자동 충전하는 기능인 회생제동 정도를 0~3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3단계로 놓아도 다른 전기차보다 울컥거림이 덜했다. 변속기를 ‘P’(주차)에 두고 내리면 자동으로 시동이 꺼졌다. Q4 e-트론은 합산 최고 출력 210㎾, 최대 토크 545Nm의 성능을 갖췄다. LG에너지솔루션의 82㎾h 리튬이온배터리가 탑재됐고 공인 전비는 ㎾h당 4.7㎞다. 1회 충전으로 최대 406㎞ 주행이 가능하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