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차 기술력 이 정도” 특허 7만건 연구·개발로 글로벌 시장 이끈다

입력 2025-05-22 00:31

운전자라면 주차장에서 좁은 공간을 비집고 주차를 시도하다 실패하는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시스템의 전·후진 회피 조향(핸들 조작) 제어 기술이 설치돼 있으면 스트레스를 덜 수 있다. 좁거나 장애물이 있는 공간에서 초음파 센서와 카메라를 통해 주변 장애물을 감지하고, 조향으로 주차와 출차를 도와주기 때문이다. 이는 현대자동차 연구원이 개발해 특허 출원한 기술이다. 이 기술은 현대차·기아·제네시스 차량에 적용됐다. 상품성, 성능 등 차량 기술 경쟁력 향상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1일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의 2024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세 회사의 특허 보유 건수는 지난해 말 기준 7만1882건에 달한다. 전년 6만5534건 대비 9.7% 증가한 수치다. 현대차그룹의 특허 보유 건수는 꾸준히 늘어왔다. 2020년(4만4730건) 처음으로 4만건을 넘겼고 2021년 5만637건, 2022년 5만9115건, 2023년 6만5534건으로 늘었다. 현대차그룹이 미래 모빌리티 산업을 주도하기 위해 신규 기술 발굴에 힘써 온 결과다.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등을 비롯해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 분야에서도 기술력을 키우고 있다. 전기차 관련 특허는 글로벌 톱3에 오르기도 했다. 일본 종합상사 미쓰이물산 산하 싱크탱크인 미쓰이글로벌전략연구소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관련 특허는 2250건으로 토요타(6135건), 폭스바겐그룹(2464건)에 이어 3위였다. 현대차·기아는 사업보고서에서 “로봇, 모빌리티, 수소, 오픈이노베이션 등 신사업에 대한 특허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도 늘려가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올해 R&D에 11조5000억원을 투입한다. 창사 이래 최대 규모다. 지난해 8조원보다도 46.7%나 늘어났다. 투자금은 제품 경쟁력 향상, 전동화,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전환 등 미래 역량 확보에 사용될 예정이다.

이는 ‘지속적인 체질 변화와 혁신’을 강조해 온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정 회장은 신년사에서 “혁신을 향한 굳은 의지는 조직 내부를 넘어 외부로 힘차게 뻗어 나가야 한다”며 “산업 패러다임 변화와 기술 발전을 선도하고, 핵심 분야에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한편 현대차·기아는 이날 경기도 화성시 남양연구소에서 ‘2025 발명의 날’ 행사를 개최하고 우수 특허 출원자에 대한 표창을 했다. 올해로 16년째를 맞는 행사는 연구원들의 우수 신기술 발명 출원을 적극 지원하고, 미래 핵심 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해 글로벌 연구개발 지식 재산권을 확대하기 위해 매년 시행되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사내에서 출원된 발명 특허와 프로젝트 약 3000건을 평가해 실적 보상 2건, 우수 특허 8건 등이 각각 선정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