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락 캐고 트랙터 몰고… ‘골목 선대위’는 험지 개척단

입력 2025-05-22 02:03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6일 충남 태안군 소원면의 갯벌에서 어민들과 바지락을 잡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같은 날 박주민(오른쪽) 의원이 서울 영등포구 지하상가에서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는 모습. 민주당 제공

더불어민주당이 6·3 대선 선거운동에서 새롭게 가동한 ‘골목골목 선대위’는 3년 전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득표율이 40% 미만이었던 지역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이 후보는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에서 대규모 유세를 하고, 민주당의 중량감 있는 의원들은 험지 바닥을 훑는 ‘투 트랙’ 전략이다. 실제 접촉하는 유권자 수는 상대적으로 적지만, ‘이곳까지도 민주당 인사들이 왔다’는 일종의 바이럴 마케팅 효과도 노린다는 분석이다.

21일 민주당에 따르면 골목 선대위는 2022년 20대 대선 전국 득표 통계에서 이 후보 득표율이 40%를 밑도는 지역을 분류했다. 전국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88곳이다. 골목 선대위는 선거운동 일정을 수립할 때 이들 지역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대구·경북(TK)의 경우 32개 기초자치단체 전부가 득표율 40% 미만 지역이다. 이에 골목 선대위 총괄선대위원장인 추미애 의원과 수석부위원장 한정애 의원이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지난 12일 곧장 경북 군위·의성·상주로 향했다. 군위와 의성은 지난 대선 때 이 후보 득표율이 각각 13.89%, 16.55%에 그쳐 전국 최하위 1·2위를 보인 지역이다. 골목 선대위는 이외에도 강원도 평창·횡성·강릉, 충남 예산·서산·태안, 서울 강남·서초·용산, 충북 증평·진천 등 권역별로 득표율 하위 지역을 우선적으로 찾았다.

골목 선대위가 전국적인 인지도가 있는 중진 의원들을 전면 배치한 것도 특징이다. 선대위 관계자는 “인구 밀도가 낮고 유동인구도 적어 선거 운동의 ‘가성비’는 낮지만, 이런 곳일수록 얼굴이 알려진 의원들이 직접 다녀갔다는 소문은 동네에 빠르게 퍼진다”며 “선거운동의 역발상”이라고 설명했다.

의원들도 담당 지역에서 현장 밀착형 선거운동에 열심이다. 충청권역 위원장인 박범계 의원은 충남 태안군 갯벌에서 어민들과 바지락을 함께 채취했고, 광주·전남권역 위원장 정청래 의원은 함평군에서 트랙터를 직접 몰며 농민들과 시간을 보냈다. 서울권역 위원장인 박주민 의원은 가수 박혜경씨, 배우 이원종씨, 개그맨 서승만씨 등 연예인들과 함께 서울 전통시장과 지하상가 등을 돌며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박광온 전 의원(경기권역 위원장), 홍익표 전 의원(서울권역 위원장), 유은혜 전 장관(경기권역 위원장), 우상호 전 의원(강원권역 위원장) 등 원외 인사들도 대거 참여해 지지율 실적 경쟁을 벌이고 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