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정부 차원에서 스테이블코인(stablecoin) 육성에 나선 가운데 한국은 가이드라인조차 없어 이대로면 글로벌 결제 시스템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나 유로 등과 같은 법정화폐에 연동돼 가치를 일정하게 유지하도록 설계된 코인이지만 현재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없다.
21일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상원은 지난 19일(현지시간) 스테이블코인 규제를 확립하기 위한 지니어스 법안(GENIUS Act)의 법안처리를 위한 토론 종결 투표에서 66대 32로 통과시켰다. 이달 말로 예정된 최종 표결은 과반이면 가결돼 현지 외신은 사실상 통과에 무게를 두고 있다. 브라이언 암스트롱 코인베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암호화폐와 미국 온체인 혁신의 큰 승리”라고 평가했다.
디파이(탈중앙화 금융) 데이터분석기업 디파이라마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전 세계에서 발행된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은 2442억 달러(약 338조원)다. 이 중 약 99%가 미국 달러에 연동돼 있다.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이 커지고 사용처가 늘어날수록 달러 패권 강화로 연결되는 구조다. 2442억 달러 중 원화 스테이블코인 몫은 없다. 국내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가이드라인이나 법률적인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최소한의 대응 차원에서라도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최근 홍콩의 핀테크 기업 레돗페이(RedotPay)가 테더(USDT)나 유에스디코인(USDC)등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할 수 있는 카드를 출시하는 등 국내 결제 시장에 침투하기 시작했다. 박혜진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주저한다면 원화의 영향력은 점차 낮아질 수 있다”라며 “최소한의 방어 차원에서라도 대응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제21대 대선 공약에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이 포함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르면 22일 암호화폐 공약의 골자가 될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발의할 예정이다. 법안에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사업자 인가 요건(자본금 50억원)과 투자금 상환 보장, 1대 1 지급 준비율 등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도 공약에 스테이블코인 규율 체계를 마련하겠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조재우 한성대 교수는 “국가 차원에서 역량을 집중한다면 지금도 늦지 않았다”며 “공공의 안전만 담보할 수 있다면 불필요한 규제는 덜어내 민간이 혁신적인 역량을 발휘할 환경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