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저가 사이 ‘낀 신세’… 토종 협동로봇 기업들 직격탄

입력 2025-05-22 00:12

글로벌 제조업 불황으로 협동로봇 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낀 신세’ 한국 토종 기업들의 상황이 유독 더 어렵다. 두산로보틱스, 레인보우로보틱스, 뉴로메카 등의 공장 가동률과 수익은 악화일로다. 반면 덴마크에 본사를 둔 유니버설로봇의 한국지사는 중국 외 아시아 시장에서 매출 1위로 도약했다. 한국 기업들이 고가 프리미엄 제품에 주력하는 유럽·일본에는 품질로 밀리고 중국엔 가격으로 밀리면서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두산로보틱스의 수원공장 가동률(생산실적/생산능력)은 18.18%로 지난해 평균(69.55%)에 크게 못 미쳤다. 외주 생산 가동률도 2023년 26.16%, 지난해 11.60%에서 올해 1분기 1.60%로 줄었다. 1%대 가동률은 사실상 공장이 멈춘 상태로 볼 수 있다. 이에 두산로보틱스의 올해 1분기 매출(52억원)은 지난해보다 51.5% 줄었고, 같은 기간 영업손실(121억원)은 배 가까이 불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지난 1분기 영업손실 14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적자 폭을 212% 키웠고, 뉴로메카도 52억7000만원 적자를 기록했다.

세계적인 제조 경기 불황으로 공정 자동화에 활용되는 협동로봇 수요가 줄어든 여파라는 게 토종 기업들의 해명이다. 실제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증가세였던 협동로봇 신규 설치 대수는 지난 2023년 5만7000대로 전년보다 1.7% 줄었다. 첫 역성장이다. 세계 경기 둔화가 지속되고 있는 지난해와 올해도 협동로봇 시장의 저성장이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같은 환경에서도 해외 기업들은 선전 중이다. 세계 1위 협동로봇 기업 한국지사인 유니버설로봇 코리아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약 40% 증가하며 아시아·태평양(중국 제외) 지사 가운데 매출 1위로 뛰어올랐다. 유니버설로봇 코리아는 지난 2023년까지만 해도 아시아·태평양 시장에서 일본·싱가포르지사에 이어 만년 3위였다. 전 세계로 범위를 넓혀도 지난해 매출 기준 유니버설로봇 코리아는 미국·독일·중국지사에 이어 4위였다. 유니버설로봇 코리아 관계자는 “한국 대기업들은 값을 비싸게 주더라도 최고 품질의 협동로봇을 구입하려고 한다”며 “지난해 4대 그룹 주요 계열사를 신규 고객사로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유니버설로봇의 협동로봇은 제품에 따라 2500만~8500만원 수준으로 국내 제품 대비 약 30% 비싸다. 대만 테크맨, 일본 화낙 등 산업용 로봇의 전통 강자들도 프리미엄 협동로봇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저가 시장에선 중국의 존재감이 압도적이다. 중국산 협동로봇은 한국 제품보다 약 30% 저렴하다. 중국은 한국 중소기업, 자영업자들의 자동화 수요를 적극적으로 공략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협동로봇 업체들이 기술력 부족으로 프리미엄 시장 진입에 실패하고, 중국엔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면서 이도 저도 아닌 처지로 전락하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