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수준으로 뛴 CDS… “미국 예외주의 저물어 간다”

입력 2025-05-22 00:34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미국 국가 신용등급 강등 이후 ‘미국 예외주의’(American exceptionalism)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관측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 예외주의는 미국이 다른 국가와 구별되는 특별한 국가라는 개념으로, 미국은 막대한 재정적자와 부채에도 이를 바탕으로 시장의 신뢰를 유지하는 경제적 특권을 누려왔다.

미국 예외주의가 힘을 잃는 것을 보여주는 최신 지표는 5년 신용부도스와프(CDS) 스프레드의 상승이다. 21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미국의 5년 CDS 스프레드는 지난 19일 기준 전 거래일보다 1.02% 오른 47.70bp(베이시스포인트)를 기록했다. CDS는 디폴트와 같은 신용 이벤트 발생 가능성에 대비해 지급하는 보험료 성격의 이자율이다. CDS가 오른다는 것은 시장이 미국의 경제적 상황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미국의 5년 CDS는 올해 초(29.68bp)부터 상승 흐름을 보이다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달 상호관세를 발표한 이후 52.25bp를 기록하며 최고점을 찍었다. 이후 관세 관련 불안 해소에 따라 수치가 하락하는 듯했지만 무디스의 신용등급 하향을 기점으로 다시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5년 CDS 스프레드는 그리스나 중국과 비슷한 수준까지 올랐다. 시장이 5년 후 미국의 디폴트 가능성을 중국이나 유로존 위기의 장본인이던 그리스와 비슷하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국가 신용등급 하향이 미국에 치명적인 위협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미국 예외주의가 약화할 수 있다는 데 공통된 의견을 보인다. 재정적자 가중 가능성이 핵심 근거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 상원이 통과시킨 예산안은 향후 10년간 약 5조8000억 달러의 재정적자 확대를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연평균 5800억 달러의 재정적자 확대분이 추가되면서 2조 달러대 재정적자 흐름이 굳어질 수 있다. 안 연구원은 “이러한 흐름은 미국 장기 신용등급이 최고 등급으로 다시 올라갈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이는 미국 국채 장기 투자의 안정성을 저해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월가에서도 지난달 발생한 ‘셀(Sell) USA’가 부활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설립자 레이 달리오는 엑스(X)에 신용 등급은 신용 위험을 과소평가한다는 점에서 미국의 경제 위기가 더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부채를 가진 국가가 빚을 갚기 위해 돈을 찍어내고 이 여파로 채권보유자가 화폐가치 하락에 따른 손실을 볼 위험이 신용 등급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미국을 벗어나 대체 자산을 찾는 투자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월가에서는 제조업 분야에서 이미 미국을 뛰어넘었다고 평가받는 중국 등 신흥시장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