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고전은 ‘고백록’입니다. 철학자이자 신학자, 초대 기독교 교부인 아우구스티누스(354~430)가 40대에 쓴 라틴어책인 고백록은 서양 최초의 자서전이자 고백 문학의 효시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이 책은 러시아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의 ‘참회록’, 장 자크 루소의 ‘고백록’과 함께 ‘세계 3대 참회록’으로 꼽힙니다.
고백록은 1600여년의 시차를 둔 현대인도 공감할 수 있을 정도로 인간 본연의 악과 욕망, 영혼의 갈증이 생생히 묘사된 게 특징입니다. 13권으로 이뤄진 고백록에서 아우구스티누스는 성경에 반추해 자신의 생애를 돌아보는데요. 유년기에 저지른 크고 작은 죄부터 청년기 성(性)과 마니교에 탐닉했던 모습, 이후 회심에 이르는 과정 등이 진솔하게 그려집니다.
2권에 기록된 ‘배 도둑질’은 인간의 죄성, 즉 원죄에 관해 숙고하게 합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밤늦게까지 불량배들과 어울리다 충동적으로 이들과 배 서리에 나서는데요. 몇 개만 맛본 뒤 나머지는 돼지에게 먹이로 줘버립니다.
김병삼 목사는 여기서 ‘불량배’와 ‘밤’, ‘우리는’에 주목합니다. 불량배처럼 죄성을 지니고 태어난 인간은 익명성이 보장된 밤에 무리 지어 다닐 때 죄를 짓기 쉽다는 것입니다. 김 목사는 설교에서 “아우구스티누스의 이야기를 뒤집으면 죄를 이기는 방법이 보인다”며 “어둠 아닌 대낮에 살며, 무리 아닌 단독자로 하나님 앞에 서자”고 당부했습니다.
‘톨레 레게’(라틴어로 ‘들고 읽어라’란 뜻)로 유명한 아우구스티누스의 회심에서도 배울 점이 많습니다. 그는 정원을 걷다 이웃집에서 들려오는 말소리를 듣고 성경을 펼치는데요. 첫눈에 들어온 이 구절을 읽은 뒤 즉시 회심합니다. “…방탕하거나 술 취하지 말며 음란하거나 호색하지 말고…오직 주 예수 그리스도로 옷 입고 정욕을 위해 육신의 일을 도모하지 말라.”(롬 13:13~14)
청년기에 떳떳지 못한 애욕에 빠져들어 황폐해져 갔다고 술회한 아우구스티누스는 이 회심을 계기로 평안을 얻습니다. 이후로도 “주님 안에 거할 때 비로소 평안을 누리고 쉼을 얻었다”는 고백을 반복하죠. 김 목사는 “이처럼 하나님 안에 거할 때 그리스도인은 평안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일상서 불의를 구별해낼 수 있다”고 말합니다.
‘고백록’을 비롯한 아우구스티누스의 저작은 이후 세계사 전반에 심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종교 분야에선 중세 신학자 토마스 아퀴나스,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와 장 칼뱅이 대표적이죠. 수학자이자 신학자인 블레즈 파스칼과 현대 철학자 한나 아렌트, 자크 데리다 등도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동서고금 수많은 신앙 선배의 삶에 영향을 준 이 책, 여러분도 “톨레 레게” 해보는 건 어떨지요.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