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가 윤석열정부 인사 ‘알박기’ 시도 논란이 일었던 개성공단 청산인 자리를 내부 인사인 남북관계관리단장이 겸임하도록 했다. 기존 청산인의 사직으로 법인이 제 기능을 할 수 없게 될 상황에 놓이자 뒤늦게 마련한 고육지책이다.
통일부는 21일 “전 개성공단지원재단 청산인(박은주)이 원 소속기관(통일연구원)으로 18일 복귀했다”며 “이에 따라 통일부 장관은 청산위원회 추천을 받아 소봉석 남북관계관리단장을 비상근 청산인으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청산인은 지난해 1월 개성공단지원재단 해산 후 청산 작업을 위해 만든 법인의 대표 격으로 지금까지 상근 이사직이었다.
통일부는 올해 초부터 박 청산인의 후임으로 여러 대안을 물색했다. 그중 하나가 이인배 통일비서관 임명이었다. 이 비서관은 2022년 10월 통일교육원장으로 임명돼 2023년 12월 국가안보실로 이동한 윤석열정부 외교·안보 분야 주요 인사 중 한 명이다.
통일부는 지난 3월 말 청산인 임기를 2년으로 하는 규정을 신설하고 이 비서관을 임명하려 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대통령실과 통일부 ‘윗선’의 의중이었다는 말도 돌았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뿐 아니라 통일부 내부에서도 윤석열정부 인사 알박기라는 비판이 제기되자 김영호 장관이 이를 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부는 박 청산인을 계속 자리에 두는 방안도 고심했으나, 박 청산인이 연구원 복귀를 희망하면서 급하게 새로운 청산인 물색에 들어갔다. 민법 제85조에 따라 청산인을 공석으로 두면 법인이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다.
통일부는 결국 청산인 자리를 ‘비상근 이사’로 대체하기로 하고 소 단장이 겸직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임기는 똑같이 2년이지만, 상근 이사가 받던 연봉 1억2200만원은 지급하지 않는다.
통일부 내에서는 무리한 인사 시도로 소모적인 논란만 일으켰다는 비판도 나왔다. 통일부 한 관계자는 “지금은 남북대화가 끊겼지만, 새 정부 출범 후 개성공단 청산 논의가 시작되면 소 단장의 업무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