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세계보건기구(WHO)에 대한 추가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WHO 탈퇴를 선언한 미국의 빈자리를 메우며 영향력 확대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류궈중 중국 국무원 부총리는 이날 스위스 유엔 제네바사무소에서 열린 WHO 연례총회 연설에서 “중국은 앞으로 5년간 WHO에 5억 달러(약 6973억원)를 추가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류 부총리는 “일방주의와 힘의 정치가 세계 보건안보를 위협하는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은 다자주의뿐”이라며 “이번 기부는 WHO가 독립적·전문적이고 과학적인 원칙에 따라 운영되도록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이번 총회에 역대 최대 규모인 180 명의 대표단을 파견했다.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미국 보건복지장관은 이날 총회에 영상 메시지를 보내 “WHO가 관료주의적 비대화, 고착화된 패러다임, 이해충돌, 국제정치 역관계에 얽매였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미국의 WHO 탈퇴가 경고 신호가 되기를 바란다”며 “뜻을 같이하는 국가들과 접촉 중이다. 다른 나라도 우리와 함께할 것을 고려해 달라”고 요청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1월 20일 취임 직후 WHO에서 탈퇴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WHO에서 미국과 중국은 각각 1, 2 위 재정분담국이지만 미국의 탈퇴 절차가 마무리되고 중국의 추가 기부가 이뤄지면 중국이 WHO의 최대 기부국으로 올라선다. WHO는 재정난으로 2026~2027년 예산을 21% 삭감했고 회원국 분담금을 향후 2년간 20%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