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며 시작했어도 갈등으로 지치는 연애, 준비도 막막한데 하고 나면 또 다른 현실을 맞닥뜨리는 결혼. 관계적인 어려움이나 현실적인 부담 등을 고민하는 청년들에게 사랑은 점점 더 어려운 과제로 여겨진다. 크리스천 청년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연애는 어떻게 해야 잘하는 것이며, 결혼은 언제쯤 준비됐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갓플렉스(God Flex)는 이 물음들에 답해 줄 김숙경 김숙경사랑연구소 소장과 청년 사랑 Q&A를 기획했다. 연애를 꿈꾸는 유경진 기자부터 결혼을 준비 중인 김수연 기자, 신혼을 보내는 이현성 기자, 13년차 육아빠가 된 최기영 기자까지. 국민일보 기자 4인이 각자 삶의 단계에서 마주한 사랑 고민을 김 소장과 함께 풀어봤다.
연애 비긴즈
-연애, 시작부터 너무 어려워요.(유 기자)
△크리스천 청년 커플의 만남 경로는 크게 세 가지예요. 첫째는 일터, 둘째는 교회 공동체, 셋째는 소개예요. 일터에선 자연스럽게 관계가 쌓이고 교회에선 신앙과 성품을 나눌 수 있죠. 이 두 곳에서 찾기 어렵다면 지인을 통한 소개나 크리스천 전용 앱도 추천해요. 중요한 건 내가 진짜 원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아는 거예요.
-이상형 기준을 세우기도 쉽지 않아요.(김 기자)
△많은 청년들이 “키 크고, 경제력 있고, 성격 좋고, 신앙 좋고…”처럼 막연한 조건을 갖고 있어요. 그런데 심리학적으로 우리가 끌리는 사람은 종종 어린 시절 양육자의 이미지와 닮은 경우가 많습니다. 해결되지 못한 감정적 과제가 성인이 되어서도 이어지는 거죠. 우리가 진짜 원하는 건 어릴 적 부모에게서 받고 싶었던 것을 채워주는 사람일 수 있어요.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면 기도와 함께, 만남의 기회를 갖기 위해 적극 움직여야 합니다. ‘찾고 구하고 두드리라’는 말씀처럼 말이죠.
연애 중
-좋을 땐 한 없이 좋지만 다툴 땐 지옥이 따로 없죠. 특히 성격 차이와 감정 표현 방식이 다를 때 많이 힘들다고들 해요.(김 기자)
△다름을 바꾸려 하지 말고 존중해야 해요. 기질이나 성격은 쉽게 바뀌지 않아요. 그것을 이해하고 수용할 때 관계는 성숙해집니다. 갈등을 풀기 위한 ‘우리만의 소통 방식’을 만드는 것도 중요해요. 예를 들어 “1시간 뒤에 다시 얘기하자”처럼 서로 ‘타임아웃’을 약속하는 거죠.
-당장 대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면요.(이 기자)
△갈등을 이야기할 때는 ‘열린 공간’이 좋아요. 집이나 차 같은 밀폐된 공간에서는 감정이 더 격해질 수 있어요. 반면 카페처럼 공개된 공간에서는 스스로 말과 행동을 조절하게 돼요. 연애는 ‘다름’을 다루는 훈련으로 함께 성숙해지는 방법을 익히는 과정입니다.
-어떤 연애도 권태기를 겪기 마련인데 어떻게 극복하나요.(최 기자)
△반복되는 데이트 패턴은 권태기를 부릅니다. 만나서 밥 먹고, 카페 가고. 늘 하던 데이트만 반복되면 누구나 지루해지기 마련이에요. ‘뻔하지 않은 새로운 데이트’를 시도해보길 권해요. 함께 취미를 나누거나 색다른 장소를 찾아가 새로운 경험을 하는 거죠. 또 상대를 너무 ‘편한 사람’으로만 대하지 말고 ‘귀한 사람’ ‘귀인’으로 여기며 예의를 갖추는 것도 필요해요.
-연애 중 ‘예의’라는 건 구체적으로 어떤 걸 말하나요.(이 기자)
△출근할 때처럼 깔끔하게 옷을 갖춰 입고 꾸미며 내가 당신을 위해 이렇게 준비해 왔다는 걸 보여주는 거죠. 데이트할 때 아무렇게나 옷 입고, 세수도 안 하고, 정성 없이 나가는 건 권태기를 부르는 지름길이에요. 관계에 정성을 다하는 ‘끊임없는 노력’이야말로 오래 가는 비결이에요.
결혼 준비
-신혼집, 혼수, 결혼자금 등 준비해야 할 게 너무 많아요.(유 기자)
△청년들에게 말해요. “집과 돈이 결혼 조건이 아니야. 자취방에 베개 하나 들고 들어가 살아도 돼.” 거창한 결혼식 없이 목사님과 예배드리고 혼인신고만으로도 시작할 수 있어요. 중요한 건 ‘집’이 아니라 ‘함께 살아갈 공간’이고 결혼은 거창한 이벤트가 아니라 ‘삶을 함께 시작하는 일’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해요.
-저마다 ‘확신의 순간’이 있다고 하잖아요. 어느 지점이 중요할까요.(김 기자)
△첫째는 ‘책임감’입니다. 함께 살아가며 생기는 문제들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감당하려는 마음이 있는지 봐야 해요. 둘째는 ‘갈등 해결의 경험’이에요. 연애 중 갈등을 대화로 풀어본 커플이 결혼 후 위기도 이겨낼 수 있죠. 셋째는 ‘하나님 안에서의 확신’입니다. 가진 게 없어도 미래를 긍정적으로 그릴 수 있고 성령 안에서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느껴진다면 준비된 거예요. 그리고 당연하면서 가장 중요한 건 ‘그 사람이 좋아야’ 한다는 겁니다. 함께 있어 편하고, 대화가 잘 통하고, 웃을 수 있는 사람. 스펙이나 조건보다 ‘이 사람과 함께 살아가고 싶은가’가 핵심입니다.
-밥 먹을 시간도 아깝다며 카페팅(카페 소개팅)처럼 감정과 시간 낭비를 피하려는 만남이 많아지는 것 같아요. 손해 보기 싫다는 마음이 연애나 결혼을 늦추는 건 아닐까요.(최 기자)
△사랑은 헌신입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시간도 감정도 돈도 기꺼이 쓰게 되죠. 겉보기엔 손해 같지만 진짜 사랑은 그렇게 움직입니다. 마태복음 19장 11절처럼 결혼은 하나님이 주시는 은혜와 자질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보다 먼저 준비돼야 할 건 ‘기꺼이 수고할 마음’입니다. 나만 편하려는 마음을 내려놓고 상대를 위해 기꺼이 수고할 준비가 됐다면 그게 진짜 사랑입니다.
-자신을 먼저 사랑하고 아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요.(김 기자)
△맞아요. 청년들이 연애나 결혼을 어려워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자신을 사랑하지 못해서’예요. 상처나 결핍을 감추는 대신 자신을 수용하고 친절하게 대하는 게 먼저예요. 연인을 부르는 ‘자기야’는 ‘나처럼 여긴다’는 뜻이거든요. 그것처럼 자신을 사랑해야 상대도 나를 귀하게 여기고 사랑할 수 있어요.
신혼 초
-신혼부부가 가장 많이 겪는 고민이 가사 분담 문제 같아요.(이 기자)
△함께 살아간다는 건 ‘배려와 희생’ 없이 불가능합니다. 가사 분담도 마찬가지예요. 문제는 ‘나는 이만큼 했는데 너는?’ 하는 계산에서 시작됩니다. 이런 비교는 관계를 해쳐요. 신앙이 있어도 자기중심적인 태도를 버리지 않으면 예외가 아니죠. 성경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마 7:12)고 하죠. 결혼은 기꺼이 손해 볼 수 있는 마음, 복음의 정신이 담긴 희생이 필요해요.
-시간이 흐를수록 말 한마디와 표현 하나가 참 중요한 것 같아요.(최 기자)
△‘감사’ 역시 부부관계의 핵심이에요. 상대가 해준 일에 대해 “당연히 해야 하는 거 아니야” 대신 “덕분에 고마워”라고 말해보세요. 실제로 감사를 표현할 때 우리 뇌에서는 세로토닌이라는 행복 호르몬이 나와요. 부부가 행복하려면 공평한 분담보다 ‘고마움을 잊지 않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김 소장과 기자 4인방의 생생한 ‘사랑 토크’는 6월 초 갓플렉스 유튜브 콘텐츠로 만날 수 있다.
갓플렉스는 그에 앞서 24일 안산제일교회(허요환 목사)에서 ‘청년, 사랑, 삶’(롬 5:8)을 주제로 집회를 연다. 이날 집회에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사랑에 대한 다양한 고민과 호기심을 함께 풀어갈 예정이다.
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