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우주 미사일요격 ‘골든돔’ 임기 내 가동”

입력 2025-05-21 19:07 수정 2025-05-22 17:0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미국 전역을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방어하는 ‘미국을 위한 골든돔’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있다. 그는 “골든돔 건설이 완성되면 지구 반대편과 우주에서 발사된 미사일도 요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주 기반의 차세대 미사일 요격 시스템인 ‘골든돔(Golden Dome)’을 임기 중에 실전 운용하겠다고 20일(현지시간) 밝혔다. 골든돔은 이스라엘의 ‘아이언돔’과 유사한 미사일방어(MD)망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중국 등의 미사일 위협에 맞서기 위해 골든돔이 필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트럼프는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배석한 가운데 열린 발표 행사에서 골든돔과 관련해 “내 임기가 끝나기 전에 전면적으로 운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골든돔에 대해 “우주 기반 센서 및 요격 무기를 포함한 차세대 기술을 육상, 해상, 우주에 배치할 것”이라면서 “캐나다도 그 일부가 되기를 원한다고 연락해와 그들과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주군 참모차장인 마이클 게틀라인 장군을 골든돔 사업의 수석책임자로 지명했다.

러시아와 중국, 북한 등의 위협이 점점 정교해지고 있다며 골든돔 구축 필요성을 강조해온 트럼프는 지난 1월 미국에 골든돔을 구축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는 행정명령에서 “탄도미사일과 극초음속미사일, 순항미사일 및 기타 첨단 공중 공격에 의한 공격 위협은 여전히 미국이 직면한 가장 파괴적인 위협”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는 집권 1기 때인 2019년 우주군을 창설하는 등 우주 기반 첨단 군사력에 관심을 보여 왔다.

트럼프는 “골든돔 건설이 완성되면 지구 반대편과 우주에서 발사된 미사일도 요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는 역대 최고의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골든돔은 지상 레이더로 탐지가 어려운 신형 미사일을 인공위성에 탑재된 우주센서로 추적해 요격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헤그세스 장관은 골든돔에 대해 “게임 체인저”라고 평가했다.


미국은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정부 때 ‘스타워즈’라는 이름으로 인공위성을 이용해 적국의 핵미사일을 요격하는 구상(SDI)을 추진했지만 예산 부족과 기술력 한계로 중단한 바 있다. 트럼프는 “우리는 레이건 전 대통령이 40년 전에 시작한 이 일을 진정으로 완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골든돔 건설 전체 비용이 1750억 달러(약 243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이 가운데 250억 달러는 현재 의회에 계류 중인 ‘크고 아름다운 단일 법안’(예산·감세 관련 포괄적 법안)에 반영돼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워싱턴포스트는 의회예산국(CBO)의 골든돔 추정 예산은 이보다 훨씬 더 많다고 보도했다. 이달 초 의회예산국은 골든돔 시스템 중 우주 기반 요격기를 배치·운영하는 데만 향후 20년간 최소 1610억 달러에서 최대 5420억 달러까지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에선 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미사일 기술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은 지난 13일 북한이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2035년까지 50기 보유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공개했다. DIA는 중국이 현재 400기인 ICBM을 2035년까지 700기로, 러시아는 같은 기간 350기에서 400기로 늘릴 것으로 관측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우리의 목표는 힘을 통한 평화”라면서 “골든돔은 적대국들이 더 선진적이고 치명적인 장거리 무기를 개발하는 동안 미국 본토가 위협에 노출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골든돔은 기존의 지상·해상·공중 기반 미사일방어 시스템과 완전한 상호 운용성을 갖추도록 설계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골든돔 구상의 실현 가능성과 적절성 등을 놓고 벌써부터 논란이 일고 있다. 더힐의 보도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제시한 골든돔 건설 비용(1750억 달러)이 구상을 실현하기에 턱없이 모자란다고 지적한다. 수천억 달러에서 조 달러 단위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골든돔 구축 사업 중 많은 부분을 일론 머스크가 운영하는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수주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현재 ‘특별공무원’ 신분인 머스크에 대한 특혜 및 이해충돌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이스라엘의 아이언돔을 본떠 골든돔을 구축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아이언돔은 국토가 작은 이스라엘이 단거리 로켓 공격 등을 막기 위해 맞춤형으로 설계된 것이어서 북·중·러·이란 등의 ICBM 공격을 막기엔 부적합하다는 지적이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