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스페인어로 “좋은 카페를 찾아보자”고 말하자 번역된 내용이 자막처럼 눈 앞에 펼쳐진다. 길을 잃으면 지도와 내비게이션이 그려지고, 점심 메뉴를 고민하면 인근 맛집과 함께 경로가 안내된다. 구글이 개발 중인 스마트 안경 ‘구글 글라스’가 가져올 미래상이다.
구글은 2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서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I/O 2025’를 열고 삼성전자와 함께 구글 글라스 개발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은 안경에 확장현실(XR) 기능을 도입하는 것이다. 이 안경을 착용하면 내비게이션·대화 번역·인근 맛집 등 콘텐츠가 띄워진다. 기존에는 스마트폰을 작동해야만 가능했던 메시지 송부, 캘린더 수정, 사진 촬영 등도 훨씬 간편해진다.
구글 글라스 개발은 구글로서 2번째 도전이다. 구글은 지난 2013년에도 구글 글라스라는 이름의 스마트 안경 제품을 시범적으로 출시했지만 시장 호응을 얻지 못해 2년 만인 2015년 단종했다.
여러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으로 제작되는 새로운 구글 글라스의 주역은 하드웨어 제조를 맡게 된 삼성전자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기반 XR 기능을 지원하고, 젠틀몬스터는 디자인을 담당한다.
구글은 스마트 안경 외에도 검색·영상 제작·업무 자동화 등 기능에 인공지능(AI)을 공격적으로 적용하겠다고 예고했다. 구글이 이날 공개한 대화형 툴 ‘AI 모드’는 텍스트 요약, 이미지 분석, 영상 이해 등 기능을 결합한 서비스다. AI 모드에는 전문적 답변을 제공하는 ‘딥 서치’와 AI 에이전트 ‘프로젝트 마리너’도 포함됐다. 이 기능을 활성화하면 AI 모드가 ‘이번 주 토요일 스포츠 경기 하단 좌석 중 저렴한 표 2장을 찾아줘’ 같은 구체적인 요청도 수행할 수 있다. 수많은 웹사이트에서 수백개의 표 조건과 가격을 비교·분석해 사용자에게 추천하는 식이다. 그 외 AI 앱 ‘제미나이’의 기능인 카메라·화면 공유 기능 등을 전면 무료화한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행사에서 “구글 검색의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며 “AI로 검색 시장을 지속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