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 전 대통령 ‘부정선거’ 영화 관람, 부적절했다

입력 2025-05-22 01:20
윤석열 전 대통령이 21일 서울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영화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를 관람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영돈 PD, 윤 전 대통령, 전한길 전 한국사 강사.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이후 첫 공개 활동으로 부정선거 의혹을 다룬 영화를 관람한 것은 대단히 부적절했다. 윤 전 대통령이 여전히 부정선거 의혹에 사로잡혀 있으며, 6·3 조기 대선도 부정선거로 진행될지 모른다는 극단적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는 인상을 줄 뿐이다. 자신의 파면으로 치러지게 된 대통령 선거를 부정하고 싶은 심리가 발동한 탓인지는 모르지만 선거 불복을 부추기는 영화를 보기 위해 지지자들의 연호 소리를 들으며 서울 시내 영화관에 들어가는 모습은 이해하기 어렵다.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라는 제목의 이 영화 포스트는 ‘6월 3일 부정선거 확신한다’는 선동적 주장을 큰 글자로 새겨놓았다. 아무리 자신의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지지자들이 만든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런 영화가 다수의 국민들에게 어떻게 비칠지를 판단하지 못하고 왜곡된 세계관에 빠져있는 것인지 개탄스럽다. 윤 전 대통령은 자중해야 한다.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어떤 시도도 하지 말아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윤 전 대통령을 파면하는 결정문에서 부정선거 의혹이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접착제가 묻은 투표지 등 부정선거 의혹의 단서로 제시된 것들은 이미 검증·감정을 거쳐 법원의 확정판결로 의혹이 해소됐다는 게 헌재의 판단이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하는 모든 선거에서 조작이 이뤄지고 있다는 주장에 윤 전 대통령이 경도돼 있다면 자신의 대통령 선거 당선도 부정하는 모순을 저지르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이 자신의 비상계엄을 정당화하면 할수록 이번 대선은 윤 전 대통령을 심판하는 선거가 될 수밖에 없다. 윤 전 대통령이 존재감을 드러내면 가뜩이나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힘겨운 경쟁을 하고 있는 국민의힘에는 악재로 작용할 뿐이다. 윤 전 대통령이 떠밀리듯 탈당하면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지지를 선언했지만, 실제 그의 행보는 김 후보의 중도층 공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김 후보를 비롯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일찍 청산하지 못하고 그에게 끌려다니면서 쌓은 자업자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