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오는 9월 교육부 정식 인가를 받아 ‘LG AI대학원’을 개원한다. 기업이 전임 교원의 채용은 물론 석·박사 학위까지 직접 수여하는 국내 첫 사례다. 기존에도 삼성과 SK 등이 대학과 연계한 첨단 산업 관련 계약학과나 학위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대학의 틀 안에서 진행됐다. 반면 LG의 변신은 단순히 그룹 내부의 인재 양성 전략을 넘어 고등교육 패러다임을 넘어서는 시도로 평가할 만하다. 특히 민간 주도로 첨단 기술 인력을 내재화하려는 흐름에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는 의미도 있다.
여기서 왜 기업이 직접 대학원을 만들고 정식 인가까지 받아야 했는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대학이 산업계의 기대에 못미치고 있다는 방증이다. 기업이 요구하는 수준의 첨단 기술 인재를 우리 대학은 공급할 능력이 안 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수십 년간 ‘산·학·연 협력’에 혈세를 쏟았지만 그 결과는 산·학·연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2019년 당시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AI 인재 경쟁력을 미국을 10으로 할 때 한국은 5.2에 그치고 중국(8.1)과도 격차가 크다고 경고했다. 인재 확보의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실무형 인력 부족’과 ‘대학원 수준 교육 부족’을 지적했다.
이 경고는 6년이 지난 지금 공허한 메아리가 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예상되는 AI 인력 부족 인원은 1만4900여 명이나 된다. 2018년 이후 50여개 AI 전공 프로그램이 대학에 신설됐지만, 현장에 투입 가능한 전문인력은 연간 5000명에도 못 미친다. 대학의 자율성과 산업 연계성 모두를 잡지 못한 채 정부 예산만 기계적으로 투입해 온 결과다. 반면 미국의 경우 구글, IBM, 마이크로소프트 등은 일찍부터 자체 기술대학 혹은 협력 프로그램을 통해 실무형 인재를 직접 양성해 왔으며, 독일은 ‘듀얼 시스템’을 통해 대학과 기업이 공동으로 커리큘럼을 설계하고 자격을 부여하는 이원화 체계를 구축했다.
LG AI대학원 출범은 현재의 고등교육 체계가 산업현장에서 더 이상 도움이 안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일종의 ‘교육 혁신 선언’이다. 대학은 산학 연계가 ‘보여주기식’이 아닌 실질적 협력이 되도록 환골탈태의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교육부 또한 산업 맞춤형 인재양성을 이유로 한 규제 완화와 자율성 확대
명분만 되풀이하지 말고, 대학의 정체성과 경쟁력을 다시 설계하는 근본적 변화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