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여성의 몸을 묶은 후 숯불로 3시간가량 그을리는 잔혹한 수법으로 살해한 무속인과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일당은 무속 공동체 수입원이었던 음식점에서 이 여성이 이탈하려 하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범행 장면이 고스란히 CCTV에 촬영됐는데도 허위 진술을 하며 범행을 은폐하려 한 것으로 파악됐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김희영)는 70대 무당 심모씨와 신도 박모씨, 심씨 자녀 2명을 지난달 24일 구속 기소하고, 심씨의 또 다른 자녀를 불구속 기소했다. 심씨 등 5명은 지난해 9월 인천 부평의 한 음식점에서 심씨 조카인 30대 여성 A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당초 경찰은 피의자들에게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해 송치했으나 검찰은 추가 수사를 통해 살인죄로 재판에 넘겼다.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공소장에 따르면 사건이 발생한 음식점은 당초 심씨 동생이자 A씨 어머니가 운영하던 가게였다. 심씨는 1986년부터 무당 행세를 하며 자녀와 동생 등을 신도로 두고 ‘정신 지배’(일명 가스라이팅)한 것으로 조사됐다. 심씨 등 5명은 제주에서 식당을 운영했지만 코로나19 등으로 궁핍해지자 심씨 동생 가게를 수입원으로 삼았다. 심씨는 “A씨가 모친을 미워하고 죽이려 한다”며 A씨 부모를 울릉도로 이사하게 하는 등 떼어놓은 것으로 조사됐다.
심씨는 A씨 명의로 사업자 등록을 했고 매출을 자신의 계좌로 송금하게 했다. A씨는 지난해 여름 높은 업무 강도 등 고통스러운 현실을 견디다 못해 음식점을 뛰쳐나갔으나 붙잡혀 돌아오게 됐다. 심씨는 지난해 9월 18일 조카 A씨에게 ‘악귀를 제거하면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고 했다. 이후 식당 2층에서 주술 의식을 하겠다면서 철제 구조물로 A씨를 포박했다. 이후 A씨에게 숯불 열기를 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3시간가량 범행이 이어지는 내내 A씨는 “뜨겁다. 잘못했습니다”라며 풀어줄 것을 호소했다고 한다.
A씨가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고 의식을 잃었지만 일당은 A씨를 바로 병원으로 옮기지 않았다. 이후 119가 현장에 도착하자 이들은 ‘숯을 쏟았다’ 등 허위 진술을 하면서 범행을 감췄다. 하지만 사건 현장에 있던 CCTV에 범행이 촬영됐다. A씨는 사건 이틀 후인 20일 오전 병원에서 화상으로 인한 다발성장기부전 등으로 결국 사망했다.
검찰은 범행 수법이 잔혹해 심씨 등의 죄질이 중한데도 피해자의 정신이상을 주장하는 등 반성하지 않고 있어 재범 위험성이 있다며 전자장치 부착명령을 법원에 청구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