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전체가 보랏빛인 신안 퍼플섬
전남 신안군 안좌면 퍼플섬에서 ‘퍼플섬 라벤더 꽃축제’ 열리고 있다. 축제가 열리는 라벤더 정원은 3만5341㎡ 부지에 6만6000주, 2000만 송이 프렌치 라벤더가 식재돼 있다. 바다와 광활한 갯벌에 둘러싸인 지중해 프랑스 라벤더 가든을 연상시킨다.
양말이나 우산·모자 등 물건이 보라색이면 입장료(5000원)가 무료다. 퍼플교에서 마주친 관광객들은 저마다 한 가지씩 보라색 물건을 지니고 있다.
퍼플섬은 2015년 전남 ‘가고 싶은 섬’ 정책 사업에 선정된 뒤 2018년부터 주민들이 지붕을 보라색으로 색칠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마을 빈터에 보라색 꽃 라벤더를 심는 등 주민 90%에 이르는 60가구가 참여하자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명소가 됐다.
고인돌 앞 ‘허브 여왕’, 정읍 허브원
전북 정읍시 구룡동 칠보산 자락에 자리한 허브원은 허브를 테마로 한 복합 힐링 공간이다. 초여름 보랏빛 라벤더가 만개해 정원 전체를 은은한 향기로 가득 채운다. 2018년부터 조성을 시작한 허브원은 2020년 임시 개장하면서 입소문을 타고 외부에 알려졌고 사진작가 등의 출사 명소로 인기를 모았다.
허브원은 33만㎡(10만평) 가운데 10만㎡(3만평)에 라벤더 30만주와 라반딘 4만주가 보랏빛 향기를 뿜는다. 5000㎡(1500평) 규모로 코스모스가 심겨 있다. 라벤더 꽃이 지고 나면 피어나는 라반딘은 라벤더 계열의 허브인데 진한 향기로 유명하다. 국내에서 접하기 어려운 라반딘 그로소는 두 가지 라벤더 품종을 교배한 것으로 프랑스 동남부 프로방스 지역에서 주로 재배한다. 줄기 끝에 회색빛이 감도는 흐릿한 보라색 꽃이 무더기로 피는데, 한 송이가 좁쌀만큼 작다. 멀리서 보면 레이스 천을 깔아둔 것 같다. 특히 산 비탈면에 라벤더를 심어 프로방스 분위기와 비슷하다.
이곳은 화려한 대규모 농장과는 달리 차분한 정취가 감도는 공간이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자연의 소리와 향기에 집중할 수 있다. 허브원에서는 라벤더 오일, 차, 방향제 등 허브로 만든 제품도 구매할 수 있다. 코를 기분 좋게 자극하는 허브는 아토피나 스트레스 치료에 효과적이다. 근육통·신경통 등 통증을 완화하고 혈압을 낮추며 피부 세포의 활성화에도 도움을 준다.
허브원 카페에서는 다양한 베이커리를 즐길 수 있으며, 라벤더 아이스크림도 특별 메뉴로 맛볼 수 있다. 넓은 주차 공간을 갖추고 있어 드라이브 코스로 방문하기에도 그만이다.
라벤더의 보랏빛 향기, 고창 청농원
전북 고창군 공음면 학원농장 인근에 축구장(7140㎡) 2개 규모의 팜스테이 라벤더 정원 ‘청농원’이 있다. 동학혁명 지도자인 남계 배환정 선생이 태어난 터 주변에 그의 후손들이 복분자 등 작물 심기·수확 체험 공간과 한옥 체험장 등으로 꾸민 소규모 관광농원이다. 이름은 마을 옛 이름 ‘청천(맑은 개울가 마을)’에서 유래됐다.
청농원은 전체 면적 6만6000㎡(2만평) 가운데 1만3000㎡(4000평)를 라벤더 정원으로 조성해 일반인에게 개방한다. 청농원 가운데에 자리한 독채 한옥 ‘술암제’는 외딴집이다. 방과 대청, 부엌이 ‘一’ 자형으로 붙어있는 겹집 구조로, 대청을 끼고 방 5개와 다락방 2개를 들였다. 내부는 일부 현대식으로 개조됐다. 고요함과 아늑함을 즐기는 가족 같은 소규모 여행객에게 인기다.
유럽풍 동화나라, 고성 하늬라벤더팜
강원도 고성군 간성읍 하늬라벤더팜은 관광농장이다. 2007년부터 6월마다 라벤더 축제를 열었으니 경관농업의 선구자라 할 만하다. 추운 겨울에도 많은 눈이 내리는 고성은 따뜻한 기후 덕분에 우리나라에서 라벤더가 자라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6월이면 드넓은 평원에 보랏빛 파도가 일렁인다. 라벤더는 물론이고 진입 도로와 표지판, 트랙터까지 모두 보라색으로 물들어 있다. 잉글리시 라벤더에 제철인 붉은 꽃양귀비와 호밀 등이 더해져 그림 같은 풍경을 펼쳐놓는다. 농원 곳곳에 세워진 유럽풍 건물이 이국적인 정취를 보탠다. 꿈속에서나 만날 것 같은 동화나라다. 라벤더를 이용한 다양한 허브 제품을 구입할 수도 있다.
농장 내에 있는 카페에서 음료를 마시며 휴식을 취할 수도 있다. 카페에서는 음료뿐 아니라 라벤더 아이스크림도 판매하고 있어 이색 추억을 남기기에 좋다.
글·사진=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