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논란과 관련해 열리는 전국법관대표회의에 ‘재판 독립과 재판 공정성’에 대한 안건이 상정됐다. 안건에는 이 후보 판결의 이례적 절차 진행으로 사법 신뢰가 흔들렸다는 취지의 내용도 포함됐다. 다만 해당 문구 일부가 언론 보도자료에서 제외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외부 비판을 우려해 의도적으로 손질한 것 아니냐는 논란도 일고 있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김예영 의장(서울남부지법 부장판사)이 제안한 ‘독립되고 공정한 재판을 위한 안건’ 2건을 26일 임시회의에서 다루기로 했다고 20일 밝혔다.
첫 번째 안건은 ‘민주국가에서 재판독립은 절대적으로 보장돼야 할 가치임을 확인함과 동시에 재판의 공정성과 사법의 민주적 책임성을 준수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밝힌다’는 내용이다. 전국법관대표회의가 향후 사법 신뢰 및 법관윤리 분과위원회를 통해 이번 사태의 경과를 모니터링하고 원인을 분석하며 대책을 논의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두 번째 안건은 ‘사법 독립의 바탕이 되는 사법에 대한 신뢰가 흔들린 것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개별 재판을 이유로 한 각종 책임 추궁과 제도 변경이 재판독립을 침해할 가능성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는 내용이다. 다만 법관 대표들에게 공유된 내부 자료에는 앞 문장에 ‘특정 사건의 이례적 절차 진행으로’라는 표현이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법관대표회의 관계자는 “이 후보 재판 진행이 옳고 그르냐에 대해서는 의견표명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맞는다”면서도 “이 후보 판결 논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 후보 판결 논란은 애초 이번 회의 소집의 전제였다”며 “보도자료에선 요약 차원에서 빠지게 됐던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쟁점을 외부 보도자료 문구에서 뺀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나온다. 당초 이 후보 사건 대법원 심리 과정에 대한 유감 표명이 있어야 한다는 안건도 제안됐지만 상정 요건은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건은 대표 4명 이상이 동의하면 상정할 수 있다.
최근 법원에선 법관대표회의 개최 자체를 두고 126명 법관 중 70명이 반대하는 등 첨예한 갈등이 있었다. 한 법관은 “재판의 당부에 대한 의견표명은 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결국 안건 내용은 특정 재판 절차에 대한 논의를 하겠다는 것이라 무슨 차이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판사는 “결국 법관대표회의 당일 입장문 채택을 놓고 격론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회의 당일에도 제안자 포함 10인 이상 동의가 있으면 추가 상정이 가능하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