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까지 아동수당” vs “9년간 주거비 지원”… 경제혜택 ‘집중’

입력 2025-05-21 02:45
연합뉴스·최현규 기자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인구 구조 변화는 차기 정부가 중점적으로 다뤄야 할 과제다. 전문가들은 2015년부터 급락하던 합계출산율이 2023년 0.72로 바닥을 찍고 지난해 0.75로 소폭 상승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향후 5년을 ‘골든타임’이라고 보고 상승폭을 높이기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을 주문하고 있다.

6·3 대선에서도 주요 후보들은 젊은층의 결혼·출산을 장려하기 위한 공약을 제시했다. 그러나 사회 구조에 변화를 줄 근본적 대책보다는 기존에 나온 정책을 유지하거나 확장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부 방법론의 차이는 있지만 경제적 혜택을 ‘백화점식’으로 나열했다는 점도 대동소이하다.

2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된 21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공약 등을 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모두 10대 공약에 저출생 문제를 포함했다. 이 후보는 자녀 양육 지원과 돌봄에 초점을 맞췄다. 자녀 수에 비례해 신용카드 소득공제율·공제 한도를 올리고, 교육비 세액공제 대상에 초등학생 예체능학원·체육시설 이용료를 추가하는 등 세제 혜택을 강화하기로 했다. 자녀가 많을수록 연말정산에서 유리한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현재 만 8세까지 월 10만원씩 지급되는 아동수당은 18세까지 월 20만원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한다. 일·가정 양립 방안으로는 공공 아이돌봄 서비스 지원 강화, 지자체 협력형 초등돌봄 추진, 초등학교 방과후학교 수업료 지원 확대 등을 제시했다. 아울러 신혼부부를 위한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와 난임부부 치료 지원 강화도 공약했다.


김 후보는 주거 대책을 앞세웠다. 결혼 시 3년, 첫째 아이 출산 시 3년, 둘째 출산 시 3년으로 총 9년간 청년주택 주거비를 지원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주거 마련을 위한 신생아 특례 디딤돌·버팀목 대출 기간 연장, 자녀 수에 비례한 보육수당 비과세 확대 등을 공약했다. ‘양육 기간에 소득세 감세 폭을 확대한다’는 내용도 담겼지만 몇 세부터 언제까지 적용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명시하지는 않았다.

출산을 원하는 부부를 위해 난임생식세포 동결·보존을 건강보험 급여에 포함하고 가임력 검사, 난임 시술비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도 내놨다. 돌봄 측면에선 24시간 돌봄·긴급돌봄 확대를 공약했다. 예비부부를 겨냥한 공공예식장 인프라 확충 등도 약속했다.

두 후보는 아이가 성장하는 동안 목돈을 마련할 수 있는 공약도 같이 제시했다. 이 후보는 ‘우리아이자립펀드’, 김 후보는 ‘우리아이 첫걸음계좌’라고 이름 붙였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부동산 공약에서 신혼부부가 59㎡ 이하 주택을 취득하면 취득세·양도소득세를 감면하고, 자녀가 생기면 큰 평수로 이사하기 쉽도록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을 담았다. 3자녀 이상이면 ‘핑크 번호판’을 부착해 주차와 고속도로 전용차로 운행 등 혜택을 부여하겠다고 공약했다.

주요 후보들이 주거와 세금 같은 경제 혜택에 초점을 맞춘 건 조기 대선 정국에서 단시간에 눈길을 끌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이날 발표한 결혼·출산 관련 인식 조사에서도 저출생 정책 중 인지도·기대효과가 가장 큰 분야는 주거 정책이었다.

전문가들은 올해 말 ‘제5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2026~2030)’이 발표되는 만큼 저출생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원칙과 비전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차기 정부가 연말에 제5차 기본계획을 내놓는 만큼 어떤 원칙과 방식으로 인구 문제에 대응할지 책임감 있는 설명이 필요하다. 이런 의견 표명 없이 개별 지원 사업으로 대체하려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도 “사교육으로 대표되는 과도한 경쟁, 수도권 쏠림과 지방 소멸, 노동시장 이중구조 등 사회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고 결혼·출산·양육 인식을 바꾸는 건 역부족”이라고 했다.

유재언 가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인구 정책을 큰 틀에서 다루는 ‘인구부’ 신설 등 정책 추진체계와 관련 공약이 빠져 있다”며 “단순한 현금성 지원뿐 아니라 사회 구조 자체를 바꿀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세종=박상은 기자, 박은주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