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철남, 치밀한 범행준비… 중국동포 범죄율 낮지만 강력범죄 ↑

입력 2025-05-21 02:18
시흥 흉기사건의 용의자인 차철남이 19일 경찰에 긴급체포돼 경기 시흥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도 시흥에서 50대 형제를 살해하고 2명을 다치게 한 중국동포 차철남(57)이 흉기와 둔기를 사전에 준비해 치밀한 계획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차씨는 살해된 형제 중 형 A씨와 3000만원의 채무관계가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시흥경찰서는 20일 차씨에 대해 살인과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차씨로부터 “A씨가 2013년 빌려준 3000만원을 갚지 않아 살인을 저질렀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차씨는 60대 편의점주와 70대 건물주를 전날 흉기로 찔러 다치게 한 이유에 대해서는 “나에 대해 험담하고, 무시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차씨는 이달 초 범행을 계획하며 흉기를 구매하고, 범행도구로 둔기를 준비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차씨를 붙잡은 시화호 거북섬 인근 공원과 70대 건물주를 공격한 공원 인근에서 각각 둔기와 흉기를 확보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강력 범죄를 막기 위해 대책을 강화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동포를 포함해 외국인의 전체 범죄율은 내국인에 비해 낮지만 살인·강도 등 강력범죄 비율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살인 범죄 검거자의 경우 외국인은 10만명당 1.8명으로 집계돼 내국인(10만명당 1.3명)보다 많았다. 전체 범죄의 경우 내국인 검거자 수가 10만명당 2371명으로 외국인(10만명당 1213명)보다 많은 것과는 다르다. 외국인 검거자 수를 국가별로 보면 중국인이 1만5085명으로 가장 많았다.

2020년 5월 이후 5년간 흉기 살인을 저질러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은 중국동포 사건은 모두 8건이었다. 이 중 6건이 갈등이나 원한 관계, 금전 문제로 인한 범죄였다. 구체적으로 가족이나 연인 간 살해 4건, 금전적 이해관계로 인한 살인 2건, 지인 간 우발적 갈등으로 인한 살인 2건이었다. 흉기 살인이 벌어진 곳은 경기가 4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서울(2건), 울산 경남(각 1건) 순이었다.

8명 중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1명을 제외한 7명의 평균 형량은 징역 20년6개월이었다. 지난해 4월 경기 시흥에서 의붓아들 C씨 집에 찾아가 결혼한 지 한 달 된 아내가 보는 앞에서 C씨를 흉기로 살해한 중국동포 B씨는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B씨는 아내와 전화상으로 이혼 문제를 놓고 말다툼을 하던 도중 C씨가 참견하자 격분해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동포 D씨는 2022년 2월 경기 이천에서 내연남과의 관계를 정리하지 않고 이별을 요구하는 연인 E씨를 흉기로 수십 차례 찔러 살해해 징역 30년을 선고받았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범죄 경향성을 분석해 정교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력 범죄 발생 빈도가 높은 외국인 밀집지역 등에 대한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배상훈 우석대 경찰학과 교수는 “이주민들은 다른 문화권에서 연결망 없이 고립돼 있는 경우가 많다”며 “공권력을 신뢰하지 못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다 폭력으로 비화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김상균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는 “출신 배경을 강조하기보다는 외국인들이 한국 사회 구성원으로서 잘 융화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용현 윤예솔 신주은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