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전직 대통령의 ‘내란’을 종식할 심판 시간으로,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차기 대통령의 ‘독재’를 막을 최후 수단으로 각각 21대 대선의 의미를 규정한다. 이 후보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과오와 국민의힘을 묶어 역사적 청산을 강조하는 반면 김 후보는 비상계엄 사태를 떼어낸 두 후보끼리의 대결 구도를 희망하고 있다. 유권자들의 선택은 이런 두 후보의 ‘대선 프레이밍’에 대한 설득력 평가이기도 하다.
이 후보는 20일 경기 의정부시 로데오거리에서 유세를 열고 “자신의 범죄를 덮기 위해 국민이 맡긴 총칼로 국민을 겁박하고, 누군가를 죽이고 제거하고, 독재적인 군사 정치를 하는 것을 우리가 응징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후보는 그간 연설에서 “12월 3일 밤 대한민국 국민이 시작한 빛의 혁명” “지금은 내란도 혁명도 계속 중” “혁명의 끝, 새 시대의 시작이 6월 3일”이라는 시간표를 제시했다. 이 후보는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라는 한강 작가의 말도 여러 차례 인용했다.
이는 결국 이번 대선이 비상계엄에서 비롯된 ‘대국민 반란’을 민주적으로 심판하는 과정이라는 규정이다. 이 후보는 경쟁 상대인 김 후보에 비해 윤 전 대통령의 이름과 행적을 보다 비중 있게 언급하는 모습도 보인다. 전날에는 “윤 전 대통령은 명백한 내란 세력”이라며 “확고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김 후보를 ‘윤석열 아바타’ ‘내란을 비호한 후보’ 정도로 지칭하고 있다.
반면 김 후보는 윤 전 대통령 언급을 최소화하는 한편 히틀러 등 역사적 독재자들의 이름을 이 후보 옆에 붙여 이 후보 불가론을 펴고 있다. 김 후보는 지난 18일 이 후보가 공개한 개헌안을 접한 직후 “‘4년 연임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같은 장기 집권을 초래한다” “이 후보의 영구 집권 욕심이 숨어 있다”고 주변에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법원의 이 후보에 대한 유죄취지 파기환송 이후 나타난 ‘사법부 흔들기’에서도 볼 수 있듯 예고된 ‘1인 국가’는 막아야 한다는 게 김 후보의 주된 호소다.
김 후보는 윤 전 대통령의 그늘을 벗어나 이 후보와의 양자 대결로 대선판 구도를 짜고 싶어한다. 청렴성, 통상위기 극복 역량 등으로 일대일 평가를 희망하는 것이다. 김 후보 선대위 관계자는 “진영에 얽매이지 않는 중도층이 정책과 후보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비교에 들어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