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제기한 지귀연 부장판사 ‘룸살롱 접대 의혹’이 진실공방으로 번지면서 대법원 조사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가 신속하게 진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법조계에선 지 부장판사가 실제 술자리에 참석했는지, 술자리 성격과 결제금액 등이 의혹 규명의 관건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공수처는 지 부장판사에 대한 고발 사건을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공수처는 20일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 등 시민단체가 지 부장판사를 뇌물수수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전날 수사3부(부장검사 이대환)에 배당했다고 밝혔다.
민주당과 지 부장판사 입장은 극명히 엇갈린다. 민주당은 지 부장판사가 지난해 8월 1인당 100만~200만원 정도 비용이 나오는 룸살롱에서 수차례 접대를 받았다고 주장한다. 전날 민주당은 해당 장소에서 지 부장판사가 지인 두 명과 찍은 사진 등을 공개했다. 지 부장판사는 이후 추가 입장은 밝히지 않고 있다.
민주당이 지목한 서울 청담동 소재 A주점은 지난 15일쯤부터 간판을 떼고 영업하지 않고 있다. 의혹 제기 당시 A주점 사장은 한 언론에 “술 한 병당 20만~30만원 정도”라고 해명했다. 인근 한 단란주점 관계자는 “청담동에 있는 단란주점은 2차(성매매)를 하는 곳도 없고, 1인당 술값이 100만원씩 나오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A주점은 접객원을 고용할 수 있는 유흥주점이 아니라 단란주점으로 영업 신고가 돼 있다. 다만 일부 여성 접객원을 두는 경우도 있어 사실 확인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술자리 성격 및 동석자와 관련한 구체적인 진술과 물증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은 지 부장판사를 상대로 사진 촬영 경위나 향응 여부, 결제 내역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특히 공수처 수사가 진행되면 결제 액수와 직무 관련성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청탁금지법 8조 1항은 공직자가 직무 관련성 여부와 관계없이 한 번에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받아선 안 된다고 규정한다. 이를 어기면 형사 처벌된다. 같은 법 8조 2항은 대가성 여부와 관계없이 직무와 관련해 100만원 이하 금품 등을 받는 것도 금지한다. 위반 시 과태료 처분된다. 대법원이 2016년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법관이 변호사로부터 금품을 받을 경우 사건과 관계없이 원칙적으로 직무 관련성이 있다고 본다.
의혹 제보자가 구체적으로 상황을 진술할지도 의혹 규명 속도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이른바 ‘라임 술접대 사건’에서 검사들에게 향응을 제공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검찰 조사에서 당시 술자리 상황을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다만 민주당은 제보자가 술자리 동석자인지 등은 밝히지 않고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방문 시점으로부터 1년이 지나지 않았다면 통신기록이 남아 있을 것이고 이는 참석 여부와 술자리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단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지호 기자 p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