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푸틴 2시간 통화에도 ‘휴전 돌파구’ 못 찾았다

입력 2025-05-20 18:48
19일(현지시간)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 거리의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얼굴 벽화에 낙서가 덧칠돼 있다.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 방안 등을 두고 2시간 넘게 통화했지만 구체적인 성과 없이 끝났다. 두 정상은 이날 통화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나 즉각적 휴전이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정상회담 개최와 같은 뚜렷한 결과물은 내놓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서 “푸틴 대통령과 2시간 통화를 마쳤다. 아주 잘 진행됐다고 생각한다”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즉시 휴전과 더 중요한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것을 위한 조건들은 두 나라 사이에서 협상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그들(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은 다른 누구도 알지 못할 협상의 구체적 사항을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러시아는 이 재앙적인 유혈사태가 끝나면 미국과 대규모 무역을 하고 싶어하며 나도 동의한다”면서 “러시아에는 막대한 일자리와 부를 창출할 수 있는 엄청난 기회가 있다. 그 잠재력은 무한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또 “교황이 대표하는 바티칸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협상 개최에 매우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그는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서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회담을 바티칸에서 개최하는 것에 대해 “훌륭한 생각”이라고 말했다.

푸틴은 TV 연설을 통해 이날 통화가 “매우 유익하고 솔직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측에 향후 가능한 평화협정에 대한 각서를 제안하고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트럼프에게 말했다”고 전했다. 각서에는 관련 합의가 이뤄질 경우 일정 기간 휴전 가능성과 위기 해결 원칙, 평화협정 체결 일정 등을 규정하는 내용이 포함될 수 있다고 푸틴은 밝혔다.

두 정상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협상, 평화협정 각서 등을 거론했지만 이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협상은 진행 중이어서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양국은 지난주 튀르키예에서 만나 포로 교환에 합의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와 유럽연합(EU)이 요구해온 즉각적인 30일간 휴전도 이날 통화에서 거론되지 않았다. 푸틴은 또 “위기의 근본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는 기존 주장을 반복했다. 이번 통화에 대해 워싱턴포스트는 “두 정상 모두 개인적 친분을 강조했지만 큰 돌파구를 찾지는 못했다”며 “트럼프는 협상 뒤까지 휴전을 연기해야 한다는 푸틴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였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트럼프와 푸틴의 통화는 공개된 것만 벌써 세 번째다. 트럼프는 지난 2월 12일 푸틴과 통화한 뒤 종전 중재 외교를 공식화했고, 3월 18일 푸틴과 통화하며 ‘30일간의 에너지 인프라 공격 중단’에 뜻을 모았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휴전 협상은 여전히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공전 중이다.

트럼프는 푸틴과의 통화 전후 두 차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했다. 또 EU 정상들과도 통화해 협상 내용을 공유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트럼프와의 통화에서 전쟁 종식을 위해 러시아와 직접 협상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군대를 철수하거나 러시아의 최후통첩에 굴복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