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를 쪼개는 조직개편론이 21대 대선을 앞두고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권한 분산 차원에서 예산 기능 이관이 논의되고 있지만 비용 부담과 추진 시기의 적절성, 정책 조율력 저하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20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오기형·허성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각각 기재부의 예산 기능을 떼어내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오 의원안은 예산 기능을 분리해 국무총리 소속 기획예산처로 이관하고, 기존 기재부는 재정경제부로 개편하는 내용이다. 허 의원안도 기재부를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부로 나누는 방식으로 전체적인 방향은 오 의원안과 유사하다.
기재부 조직 개편이 현실화하면 먼저 500억원 가까운 비용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오 의원안 기준으로 기재부를 개편할 경우 2026~2030년 5년간 총 476억5300만원의 추가 재정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허 의원안 역시 같은 기간 482억100만원이 들 것으로 분석했다.
비용 중에선 인건비가 전체 비용의 80%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직 개편에 따라 기획예산처가 신설되면 장·차관, 행정지원 조직 등이 늘기 때문이다. 증원 인원 87명, 장·차관 보수를 1인당 1억5000만~1억6000만원대로 가정하고 추계했다. 예정처는 “향후 실제 증원 인원 등에 따라 전체적인 재정 소요액은 추계된 금액과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러 현안 속에서 조직 개편을 우선 추진하는 것이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있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기재부는 예산안 및 세제개편안 마련, 국정과제 추진,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 수립 등 최소 6개 과제를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 실무 역량이 집중돼야 할 시점에 조직 개편에 행정력을 소모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한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내수 부진에 미국발(發) 글로벌 정책 불확실성이 겹친 상황에서는 정책 추진력을 집중시켜 위기를 돌파하고 구조 개혁을 이끌 수 있는 강한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과거 기재부의 예산 기능이 분리 운영되던 시기도 있었지만 지금은 당시와 재정 환경이 다르다는 의견도 나온다. 세입이 자연스럽게 늘던 과거 성장기와 달리 현재는 저성장과 세수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예산 편성과 국고, 국채 발행 간 연계가 한층 긴밀해졌다는 분석이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경제 정책만 놓고 보면 조정 기능이 다소 악화될 우려는 있다”고 말했다.
세종=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