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선거연수원 중국 간첩 99명 체포’ 기사를 보도한 인터넷 매체 스카이데일리 기자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검경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를 적용해 영장실질심사가 열릴 예정이다. 기사는 ‘12·3 비상계엄 당일 계엄군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연수원에 머물던 중국인 99명을 체포했고, 한·미 군 당국이 이들을 오키나와 주일미군기지로 압송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미군의 심문 과정에서 선거 개입 혐의 일체를 자백했다’고도 했다.
이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공공연히 언급했던 부정선거 음모론의 근거로 회자됐지만, 기사 내용 중 어느 것 하나 입증된 게 없었다. 주한미군부터 사실무근임을 거듭 밝혔고, 선관위도 그런 일이 없다며 매체를 고발했다. 기사에서 ‘미군 소식통’이라 인용한 이는 미국에 가본 적도 없는 인물이었다. 미 중앙정보국(CIA) 위조 신분증을 소지했고, 영화 주인공 ‘캡틴 아메리카’ 복장을 하고 다녔으며, 경찰서에서 난동을 부리다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사건은 극단적 진영 대결의 정치 양극화 토양에서 허무맹랑한 음모론이 세를 불리는 데 가짜뉴스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줬다. 확증편향의 SNS 환경에서 상업적 알고리즘이 검증 없이 퍼 나르는 허위 정보는 ‘진영 논리’를 더욱 공고히 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2020년 미국 대선, 2022년 브라질 대선 직후 양국은 가짜뉴스로 증폭된 선거 음모론에 나란히 폭동을 겪었다. 지난 탄핵 정국에서 법원 난동 사태가 벌어질 만큼 극심했던 분열의 배경에도 그런 음모론이 있었고, 그것을 증폭시킨 핵심 요인이 스카이데일리 기사 같은 가짜뉴스였다.
장삿속 유튜버의 가짜뉴스만도 심각한데 언론의 허울을 쓰고 이런 허위 정보를 퍼뜨렸다는 점에 이 사건의 심각성이 있다. 스카이데일리는 지난 3월 ‘남북 합작 선거 시스템 2002 대선 조작 의혹’이란 근거 불명 기사로 신문윤리위원회에서 경고를 받았고, 2023년부터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북한군 개입설’ ‘가짜 유공자설’ 등을 잇달아 보도했다가 법적 조치에 직면하자 지면을 통해 사과하며 ‘5·18은 시민 의거’라고 번복하기도 했다.
민주주의 위기는 여러 형태로 나타나지만 공통된 증상은 사실과 거짓의 경계가 흐려진다는 것이다. 한국은 가짜뉴스 폐해가 사회 질서를 허물 만큼 증폭될 수 있는 정치적 양극화 환경에 놓였다. 사회적 토론과 숙의의 여건을 저해하는 이런 행태를 좌시한다면 민주공화국의 존립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