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아이언돔 기술 공유 가능… 좋은 협력 될 것”

입력 2025-05-20 18:57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휴전 협상이 교착 상태인 가운데 이스라엘은 최근 가자지구 재점령을 목표로 대규모 지상전을 재개했다. 국민일보 등 한국 기자단이 이스라엘 현지에서 만난 정치인과 외교안보 당국자들은 “2006년 가자지구 철수가 실수였고 더 이상 실수를 반복해선 안 된다”며 한목소리로 강경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적대적인 아랍 국가에 둘러싸인 이스라엘과 북한을 마주한 한국의 처지가 비슷하다며 요격률이 90%를 넘는 ‘아이언돔’으로 대표되는 이스라엘의 미사일 방어 기술을 한국과 기꺼이 공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크네세트(국회) 외교국방위원회 소속 보아즈 비스무트 집권 리쿠드당 의원은 19일(현지시간) 예루살렘 크네세트에서 “지금은 이 전쟁의 중대하고 결정적인 순간”이라며 “이스라엘의 최우선 목표는 가자지구를 통제하는 하마스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스라엘은 매일 위협하는 존재 옆에 살고 있다”며 “북한을 생각하면 된다. 납북자 문제 같은 것을 우리가 만들지 않기 위해 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외무부의 아비브 에즈라 아시아태평양국장은 “2005년 당시 아리엘 샤론 총리는 가자지구 점령을 비판하는 사람들의 ‘이스라엘만 사라지면 팔레스타인이 중동의 싱가포르가 될 것’이라는 주장을 시험해 보자면서 정착민 철수를 실행했다”며 “우리가 그들을 믿은 결과가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마스가 존재하는 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분쟁 해결을 위한 ‘두 국가 해법’이 실질적으로 어렵다는 점도 인정했다.

외무부의 엘리 립시츠 지역안보·카운터테러리즘 데스크 책임자는 “이스라엘 국민들 사이에선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하는 비중이 많이 떨어졌다”며 “국경에 (하마스라는) 위협이 존재하는 이상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라고 말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동 순방에서 이스라엘이 제외되면서 미국과의 동맹 관계에 균열이 생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미국이 이란과 핵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을 우려하는 이스라엘 측은 독자적 행보에 나설 가능성도 부정하지 않았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측근인 비스무트 의원은 “우리는 (미국의) 친구로서 의견이 다를 수 있다. 우리는 과거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반대에도 이라크의 오시라크 핵시설을 공격한 바 있다”며 “빌 클린턴 대통령이 1994년 북한과 영변 핵합의(제네바 합의)를 이뤄냈지만 어떻게 됐나. 과거로부터 배우고 그러한 실수를 저지르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당국자들은 각각 이란과 북한의 핵 위협에 시달리는 이스라엘과 한국이 비슷한 처지라면서 안보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에즈라 국장은 “군사·정보 당국을 비롯한 기관 간 채널, 파이프라인을 개설함으로써 많은 것을 함께 배우고 공유할 수 있다”며 “극단적인 이웃 국가와 맞서고 있는 국가에는 (이 같은 협력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의 미사일 방어 기술을 기꺼이 공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극단주의에 맞서기 위해 온건파가 협력해야 한다. 최선의 사례와 기술 등을 공유해야 한다”며 미사일 기술이 양국 간 협력의 ‘좋은 예’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예루살렘=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