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통령 후보들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10대 공약들을 보면 저출생 위기를 극복하려는 의지가 부족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구조화되고 있는 저출생을 국가 소멸의 위기로 인식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획기적 방안을 내놓은 후보가 없다. 기존 정책들을 재가공하거나 새로운 지원과 혜택을 조금씩 보태 공약을 꾸민 수준에 머물러 있다. 각 당의 지난해 총선 공약보다 후퇴했다는 느낌이다. 모레(23일)로 예정된 두 번째 대선 후보 TV토론의 주제가 사회 분야인 만큼 저출생 문제에 대한 후보들의 진일보한 생각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기 바란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나란히 저출생 문제 해법을 핵심 공약에 포함시켰지만 그다지 차별화된 공약은 안 보인다. 이 후보는 자녀 수에 비례한 신용카드 소득공제, 일부 사교육비 세액공제, 신혼부부 공공임대 주택 공급 확대, 난임 부부 치료지원 강화, 돌봄 서비스 강화 등을 약속했다. 김 후보는 ‘3·3·3 청년 주택’(결혼하면 3년, 첫째 아이 낳으면 3년, 둘째 아이 낳으면 3년, 총 9년간 주거비 지원)을 매년 10만호씩 공급하고, 신생아 특례 대출 도입과 6세 이하 자녀 보육수당 비과세 확대 등을 제시했다. 두 후보의 공약은 기존의 정부 정책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10대 공약에서 저출생 등 인구 문제를 아예 다루지 않았고, 다자녀 가구의 버스전용 차로 이용 정도만 해법으로 제시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지난해 4·10 총선 때만 해도 인구부 신설 등을 비롯해 저출생 위기 해법을 각각 1호 공약으로 내놓았다. 그런데 불과 1년2개월만에 치르는 대선에서 그런 약속과 다짐이 사라지거나 약해진 것이 의아하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75명이었다. 2023년(0.72명)에 비해 근소하게 반등했지만 이대로는 인구절벽과 국가소멸의 위기를 막을 수 없다. 특단의 대안을 내놓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