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강영애 (34) 예수님 발자취 닮은 ‘예수 마을’… 부지도 확보

입력 2025-05-21 03:04
강영애 목사가 강원도 춘천에 조성을 추진 중인 ‘예수마을’ 조감도. 강 목사 제공

들꽃카페 벽에는 예루살렘을 떠올리게 하는 마을 이미지가 한 장 걸려 있다. 강원도 춘천에 조성하고 있는 ‘예수마을’ 조감도다.

예수마을은 어떤 행사나 공동체 중심으로 운영되는 기도원이나 수양관과 달리 누구나 자유롭게 찾아와 개인이나 가족 단위로 조용히 머물며 기도로 내면을 채우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은혜의 피난처를 지향한다. 마을은 예수 탄생지, 베드로의 집 등을 모델링 해 지은 하우스들로 조성될 예정이다.

나는 이런 예수마을 계획을 정모 교수에게 설명했다. 그는 그런 나의 비전에 동참하며 조감도 작업을 맡아줬다. 정 교수는 홍익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상명대에서 실내 디자인을 가르친 전문가다. 2005년 서울 어린이대공원에 약 6612㎡(2000평) 규모로 조성된 ‘렛츠 바이블’ 성서 체험전의 총감독을 맡은 바 있다. 당시 전시는 ‘천지창조’부터 ‘구원의 빛’까지 7개 테마로 구성됐고 약 24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찾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다. 이후 코엑스몰, 월드컵경기장 인근 문화기지, 국립박물관 등에서도 조형 전시를 기획했다. 2015년에는 한국기독교 선교 130주년 기념으로 ‘렛츠 바이블 시즌2 더 메시아’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전시했다.

나는 무료야간진료소 시절부터 인연이 있던 조모 회장에게도 전화해 만남을 청했다. 전화를 받고 2024년 3월 들꽃카페를 찾은 조 회장에게 나는 예수마을 구상을 설명하며 “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말없이 듣던 조 회장은 “영락농인교회 신학교가 세워질 하나타운 옆에 85만9504㎡(26만평) 땅이 있다”고 말했다.

나는 그 땅을 “외상으로 달라”고 요청했다. 땅값만 해도 200억원이 넘는 땅이었다. 조 회장은 말없이 깊은 한숨을 내쉬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가 두어 번 뜨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잠시 후 이렇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시죠. 그런데 투자자는 있습니까.”

정 교수를 불러 예수마을 청사진을 함께 보여줬다. 정 교수는 전시와 기독교 문화 프로젝트 경험을 바탕으로, 예수마을의 가치와 투자 전략을 설명했다.

교회를 열심히 나오지 않던 조 회장의 큰 결단에 나는 진심으로 감사했다. 그는 내가 “회장님 천국 가시겠다”고 말하자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조 회장은 한동안 지병으로 아팠다. 고희를 넘긴 이에게 흔한 일이지만, 그런 경험이 때론 신앙의 문을 여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천국에 간다”는 말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전능자의 품에서 쉼을 누리길 바라는 소망이었다.

영락농인교회의 ‘농인을 위한 신학교’인 하나타운도 조 회장으로부터 지원받은 땅에 세워진다. 하나타운과 예수마을은 같은 땅 위에서 함께하게 됐다. 하나님께서 그의 마음을 움직이지 않았다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예수마을은 현재 인허가 서류를 준비 중이다. 내 제안에 주저 없이 응한 조 회장에게 감사와 책임감을 느낀다. 이 마음을 품고 나는 매주 목요일 삼각산에 올라 예수마을이 하나님의 뜻 안에서 세워지고 많은 이들에게 쉼과 회복의 공간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정리=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