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본인은 물론 목회자 가족을 돌보는 일 역시 교회 공동체의 건강을 지키는 핵심 과제라는 제안이 나왔다. 종교교회(전창희 목사)가 경기도 용인 HL인재개발원에서 진행한 돌봄 클리닉에서다. 19일 시작한 클리닉은 사흘 동안 ‘나, 가족, 그리고 커뮤니티를 위한 돌봄’을 주제로 목회자와 사모를 대상으로 진행된다.
현장에서 만난 참가자들은 저마다의 고민을 꺼내놓았다.
박남영(58) 북단양교회 목사는 25년 동안 말레이시아 선교사로 활동했다. 선교지에 헌신한 박 목사는 선교를 마치고 귀국했을 때 “‘나’를 잃어버린 기분이 들며 방황했었다”고 전했다. 한동안 심리적 불안과 우울증까지 겪었을 정도였다.
박 목사는 “선교지에서 5~6개 교회와 여러 기관을 돌보며 숨 가쁜 사역을 했다”며 “그러는 동안 나를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귀국 후 ‘자기 돌봄’의 중요성을 깨닫고 2년 동안 스무 차례의 상담치료를 받으며 점차 회복했다. 그러면서 “사명과 소명이라는 부담감으로 나를 돌보지 못했다”며 “마음의 여유가 생기자 비로소 성도를 돌볼 여유가 생기며 자연스럽게 목회를 다시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돌봄 클리닉에서는 비슷한 고민을 가진 목회자와 사모들의 회복을 돕는 메시지가 이어졌다.
‘기질검사와 성격검사를 통한 자기 돌봄’을 주제로 발표한 조인효 전 숭실대 교수는 기질과 성격 검사(TCI)를 소개했다. TCI는 유전 때문에 선천적으로 결정되는 기질은 물론 환경의 영향을 받아 후천적으로 정해지는 성격을 함께 분석해 자신의 유형을 알아보는 검사다.
조 교수는 “기질은 생물학적으로 결정돼 변화하기 어렵지만 성격은 오히려 변할 수 있다”며 “자신의 기질과 성격을 파악해 기질의 불안정한 부분을 성격으로 보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목회자는 자신의 유형을 자각하고 수용한 뒤 변화하는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게 조 교수의 설명이다. 조 교수는 “기질을 보완하기 위한 성격의 성숙은 신앙을 통해서도 이뤄질 수 있다”며 “자신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 때 타인을 건강하게 돌볼 수도 있다”고 밝혔다.
클리닉에서는 목회자뿐 아니라 목회자 자녀(PK) 돌봄 문제도 논의됐다. PK인 최주혜 숭실대 기독교학과 교수는 목회자 자녀가 겪는 환경 관계 교육에 대해 발표했다. 최 교수는 “적지 않은 PK는 자신을 목회자라는 부모 직업의 일부로 여긴다”면서 “이들은 부모와 교인들의 기대감 속에서 자란다”고 말했다. 이어 “교회를 먼저 생각하는 부모로 인해 PK는 돌봄의 부재를 경험할 수 있다”며 “목회자는 자녀가 느끼는 사회적 부담감을 인식해 이들과 충분히 소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창희 목사는 “목회자가 자신을 돌보며 치유하는 시간을 통해 바로 서길 바라며 클리닉을 준비했다”며 “목회자가 바로 설 때 가정과 교회, 더 나아가 한국교회까지 살아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용인=글·사진 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