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플렉스 시즌6] “돈, 선한 일 위한 도구” 저축 늘리고 지출 줄여 종잣돈 마련을

입력 2025-05-21 03:03

이 시대 청년들에게 ‘돈’은 사랑보다 더 절실한 대상이다. 정부가 지난 3월 발표한 ‘2024년 청년의 삶 실태조사’ 결과엔 물질 앞에 절박한 청년들의 현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거의 모든 청년이 일자리(95.9%)와 소득·자산(93%)을 삶에서 바라는 최우선 가치로 골랐다. 돈은 연애(78.3%)나 결혼(74.4%)보다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크리스천 청년들이라고 자유로운 건 아니다.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2023 기독청년 인식조사’를 보면 기독청년 3명 중 2명(66.7%)은 “돈이 행복의 조건”이라고 답했다.

청년들의 삶과 신앙을 응원해 온 갓플렉스(God Flex)는 ‘돈을 경계해야 할 것 같은’ 신앙적 고민과 ‘돈이 만능인’ 현실 사이에서 청년들이 어떻게 균형을 잡아야 할지 짚어보기로 했다.

취업준비생, 사회초년생, 5년차 직장인의 현실을 살아가면서도, 돈에 대해 신앙적 기준을 갖고 구별된 삶을 살고자 고민하는 크리스천 청년 3명의 통장을 열어 살펴봤다. 그 내용을 토대로 지난 16일 김경필(사진) 머니트레이닝랩 대표와 줌(ZOOM) 컨설팅을 진행해 맞춤 해법을 들었다.


“빠른 취업부터… 우선순위 챙겨라”

이현복(26)씨는 소방공무원을 준비하고 있는 취준생이다. 지난해 말 대학 전공 수업을 들으면서 올 초 소방공무원 시험에 도전했지만 아쉽게 고배를 마셨다. 학자금 대출이 1100만원 남은 그는 현재 마트 아르바이트로 월 240만원을 벌고 있다. 오는 7월부턴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공무원시험 준비에 전념할 예정이지만 고민이 많다.

그는 “고정적인 수입이 없어지는 게 불안하다”며 “그동안 아르바이트로 마련한 돈을 어떤 식으로 써야 할지도 고민”이라고 했다. ‘취준생도 저축해야 하나’ ‘취업 후 월급 관리는 어떤 식으로 해야 하나’ 등도 그가 던진 질문이다.

김 대표는 우선 “취준생에겐 빠른 취업이 경제적 자립의 지름길”이라며 우선순위 설정을 강조했다.

“경제에서 제일 중요한 건 우선순위예요. 현복씨도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해요. 아르바이트하면서 친구들도 자주 만나고, 공무원시험을 병행하는 식으론 아무것도 안 됩니다. 소방공무원 합격할 때까진 공부에만 전념하세요. 월급 관리 방법은 나중에 소방관 된 뒤 알아도 늦지 않습니다.”

김 대표는 이어 “‘이제 공부할 거니 아르바이트로 번 돈은 써버리자’는 생각은 금물”이라며 “아르바이트비는 취업 준비 예비자금으로 사용하라”고 권했다.

월급 관리 첫 단추의 지혜

강지혜(25)씨는 1년차 임상병리사다. 지난 1월부터 자취하면서 서울 소재의 상급병원에서 일하고 있다. 강씨의 현재 월급은 300만원. 비정기적 수입에 해당하는 보너스는 연간 1000만원 정도라고 했다. 그는 “월급을 어떤 비율로 관리할지 잘 모르겠다”며 사회초년생들이 흔히 하는 재정 실수가 무엇인지 궁금해했다. 또 “교회 안팎 지인들이 투자를 권하는데 해야 할지 고민된다”고도 했다.

김 대표는 강씨에게 월평균 소득을 계산할 때 연간 보너스를 12개월로 나눠 포함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보너스가 한꺼번에 나오면 써버리고 싶은 유혹이 생긴다”며 “월평균 소득을 383만원으로 잡고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초년생 땐 비정기지출에 이해가 부족할 수 있다”며 “월평균 소득 안에서 1년 비정기지출을 관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비정기지출은 1년 중 명절이나 생일, 여행을 가거나 옷을 사는 데 드는 비용을 말한다.

김 대표는 투자에 대해선 신중한 접근을 권했다. 김 대표는 “지금은 투자엔 손대지 말라”고 잘라 말하고 “적금과 예금으로 1억을 모은 뒤 ‘분산 투자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스스로 들 때 투자를 시작해보라”고 조언했다.

평범을 넘어 비범해지고픈 5년차

송하민(30)씨는 월급 280만원과 연간 보너스 800만원을 받는 5년차 직장인이다. 월 132만을 청년도약계좌 청약통장 적금통장에 나눠 저축하고 있다. 다달이 나가는 지출은 헌금과 식비, 문화생활비, 차량할부금 등을 모두 합쳐 145만원 정도다. 부모님과 함께 사는 그가 지금까지 모은 자산은 예금 적금 주식을 합쳐 약 2800만원이다. 4년 뒤 결혼할 계획이 있다는 송씨는 “좀 더 빨리 1억을 모을 현실적인 대안이 궁금하다”고 했다.

“하민씨는 평범해요. 비난받을 정도의 과소비를 하고 있진 않지만 ‘결혼자금 1억원’이란 현실적 목표를 빨리 달성하려면 일단 차를 처분할 필요가 있어요.”

김 대표는 “자취를 한다면 매달 132만원 저축도 괜찮은 정도지만, 부모님과 함께 사는 하민씨 같은 경우엔 더 많이 모아야 한다”면서 월 175만원 저축을 제안했다. 그는 “대중교통 이용이 어려운 지역이 아니라면 월 350만원 버는 직장인이 차를 가질 필요는 없다”며 “월평균 소득이 500만원 이상일 때 다시 차를 사라”고 조언했다.

크리스천 청년으로서 돈을 대하는 태도는 어때야 할까. 서울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 집사인 김 대표가 크리스천 청년들에게 내준 숙제 목록은 다음과 같다. 월급 받자마자 십일조를 떼어 놓듯이 절반을 저축하기, 나 자신한테 쓰는 건 아껴도 주변 이들에겐 인색하지 않기, 단기선교비는 비정기지출에 반드시 포함시키기, 코인 등 위험 부담이 큰 투자는 하지 않기.


김 대표는 “저축을 세게 하면 소비에서 큰 실수를 하지 않는다”며 높은 저축률을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가 된다’(딤전 6:10)는 말씀을 이유로 ‘돈을 많이 벌고자 하는 마음’ 자체를 탐욕으로 간주하는 건 오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돈을 사랑하는 게 일만 악의 뿌리가 된다는 거지, 돈 자체가 악의 뿌리가 아니다”면서 “자본주의 사회에선 좋은 일도 돈 없인 할 수 없다. 때문에 크리스천들이 좋은 일을 할 수 있기 위해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중요한 건 돈을 하나님과 가족 등 성경적으로 더욱 가치 있는 요소보다 우선순위에 두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방송과 유튜브 콘텐츠, 저서 등을 통해 청년들에게 줄곧 ‘1억 모으기’를 강조한 이유도 진지하게 되짚었다.

“1억원을 모으면 그다음 수백 가지의 가능성이 열립니다. 결혼 청약 창업 투자 등 아이디어가 나오지요. 물론 크리스천 청년들의 저축은 더 쉽지 않습니다. 남들이 안 하는 십일조도 하고 주변에 베풀기도 해야 하니까요. 하지만 1억 모으기엔 저축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1억을 만들기 위해 3년이든 5년이든 노력하는 청년은 하나님께서 주신 물질을 함부로 쓰지 않아요. 크리스천의 다른 말이 청지기잖습니까. 기독교인에게 건강한 재정 관리 습관은 책무이자 성장의 토대입니다.”

김 대표는 디모데전서 말씀을 재인용하며 역설적으로 “기독교인은 돈을 사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랑의 사전적 정의가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이라는 점에서다. 그는 “돈을 아껴 쓰는 사람이 진짜 돈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며 “크리스천 청년 역시 돈을 바르게 사랑하고 지혜롭게 관리할 줄 알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갓플렉스는 오는 24일 안산제일교회(허요환 목사)에서 ‘청년, 사랑, 삶’(롬 5:8)을 주제로 집회를 연다. 집회 개막 전엔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할 크리스천 굿즈 판매 부스가 운영된다.


이현성 기자 sag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