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과 유럽연합(EU)이 19일(현지시간)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5년 만에 관계 재설정에 합의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런던에서 브렉시트 이후 첫 공식 정상회의를 열고 관계 재설정에 합의했다. 양측은 러시아의 지정학적 위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유럽 안보 방기 위험 등에 맞서 방위·안보 협정을 맺기로 했다. 우선 EU가 추진하는 1500억 유로(약 240조원) 규모의 ‘유럽 재무장 계획’에 영국의 참여가 허용된다.
경제·무역 측면에서는 내년 만료되는 어업 협정을 2038년까지 연장, 영국 해역에서의 EU 국가 어업권을 12년 더 보장하기로 했다. 영국 농축수산 수출품 일부에 대해 EU의 검역을 면제하고, 탄소시장 연계 등 기후 대응에서도 협력하기로 했다.
양측은 또 30세 이하 청년이 어디서든 일하거나 대학에 다니기 쉽도록 제도를 개선키로 했다. 영국인은 EU 국경에서 전자 자동 입국 심사대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영국 정부는 이번 합의로 2040년까지 90억 파운드(16조7000억원)에 가까운 경제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EU는 여전히 영국의 최대 교역 상대지만 브렉시트 이후 영국의 EU 수출은 21% 감소했다.
스타머 총리는 취임 이후 EU와의 관계 재설정을 계속 모색했만 영국 야권은 이를 EU에 항복하는 것이자 브렉시트 국민투표에 대한 배신이라고 비판해 왔다. 하지만 올 초 여론조사에서 EU 이탈이 실수였다는 응답이 55%로 나타나는 등 브렉시트에 대한 영국 내 여론이 변하고 있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