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구 도시 다소의 수평선 너머
온 세상을 뒤덮을 거대한 바람이 불어왔는가
가말리엘 문하의 엘리트, 베냐민 지파,
바리새인 중의 바리새인으로서
가장 극렬하게 그리스도인들을 쫓아 핍박하였던
율법의 심판자, 로마의 야수
또 다른 이단자 포획을 위해
다메섹 도상을 걸어가고 있을 때
스데반의 눈물과 함께
그를 찾아온 거부할 수 없는 빛
아, 눈이 멀고서야 볼 수 있었고
길에서 쓰러져서야 새 길을 찾을 수 있었는가
안디옥에서 로마까지
총독 베스도와 아그립바왕 앞에서까지
포승줄에 묶인 자유인이 되어
십자가의 복음을 전한 예수 마니아
그의 펜 끝에서
땅끝까지 전해지는 복음의 문이 열리고
로마의 칼을 꺾는
십자가 사랑의 꽃이 피었다.
소강석 시인
(새에덴교회 목사)
‘눈이 멀고서야 볼 수 있었고, 길에서 쓰러져서야 새 길을 찾을 수 있었다.’ 역설적 반어법이 빛나는 시의 한 대목이다. 예수 사후 불과 몇 년 만에 회심한 바울의 등장을 두고 시인은 ‘온 세상을 뒤덮은 거대한 바람’이라고 표현했다.
원래의 사울이 기독교인에 대한 핍박자이자 율법의 심판자로서 그 역할이 가혹했던 만큼 돌이킨 자리에서 그의 헌신은 놀랍기 이를 데 없었다. 그의 머나먼 도정에는 스데반의 눈물을 목격한 체험이 있었고 다메섹 도상에서 예수와 극적인 반전의 만남이 있었다. 또 은혜의 분수령을 넘어선 이후에 숱한 고난을 감내해야 했다. 시인은 바울의 삶을 형용해 ‘포승줄에 묶인 자유인’이며 ‘십자가의 복음을 전한 예수 마니아’라고 평가했다. 나아가 그의 펜 끝에서 땅끝까지 전해지는 ‘복음의 문’이 열리고 ‘로마의 칼’이 아닌 ‘십자가 사랑의 꽃’이 피었다고 술회했다. 불세출의 신앙 위인, 위대한 사도의 표본이 바울이라고 본 것이다.-해설: 김종회 교수(문학평론가, 전 경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