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집토끼’‘장기 포석’… 동선을 보면 전략이 보인다

입력 2025-05-20 02:02

6·3 대선 공식 선거운동 첫 주 주요 후보 3인의 동선에는 각자의 대선 전략이 묻어났다. 탈이념과 실용주의를 내세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영·호남을 동서로 가로지르며 통합을 강조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전통적 지지층 결집에 무게를 두고 대구·경북(TK)과 부산·경남(PK)을 집중적으로 돌았고, 승부처인 충청권도 방문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주요 지지층인 청년 인구가 많은 서울 등 대도시에 주로 힘을 쏟으며 지지 저변 확대에 집중했다는 평이다.

선거 캠페인의 방향성을 드러내는 첫 일정부터 각 캠프 전략은 명확히 드러났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 12일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을 선대위 출정식 장소로 정했다. 광장 민주주의의 상징인 광화문에서 이번 대선을 ‘내란 종식’ 선거로 규정했다.

반면 김 후보는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에서 첫 일정을 시작했다. ‘시장 대통령’을 내걸고 “어떤 통계지표보다, 어떤 기사보다 생생한 현실을 만나는 곳이 가락시장”이라고 말했다. 대학에서 컴퓨터과학을 전공한 이준석 후보는 전남 여수 국가산업단지를 찾아 이공계 대통령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틀째인 13일 저마다 연고가 있는 TK로 모였던 세 후보의 행보는 이후 본격적으로 나뉘었다. 이재명 후보는 한반도 남부를 가로지르며 국민 통합과 균형발전을 강조했다. 18일 오전 열린 5·18민주화운동 기념식까지 내내 남부 지방에 머무른 이 후보는 광주·전남에서 가장 많은 9개의 일정을 소화했다. PK와 전북에서도 각각 7개, 6개의 일정을 치렀다.

이 후보의 영·호남 공략은 통합의 리더십을 부각하는 동시에 ‘압도적 승리’를 거두겠다는 의지로도 풀이된다. 적진에 들어가 약점을 보완하고, ‘집토끼’를 잡는 강점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김 후보는 흔들리는 보수 지지층을 달래고 대선 캐스팅보터를 잡는 데 집중했다. 13일 오후부터 이튿날 저녁까진 울산·부산과 경남 진주·사천·창원·밀양을 찾았다. 16일엔 세종·대전과 천안·청주를 공략했다. 이들 권역은 TK나 호남 대비 표심이 유동적이어서 대선 승패를 결정할 수 있는 곳으로 꼽힌다.

PK의 경우 전통적으론 보수 강세 지역이나 최근에는 이재명·김문수 후보가 여론조사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19일 “김문수 후보 입장에선 PK가 접전 지역이다. 충청권은 이 후보와의 관련성이 딱히 없다”며 “‘해볼 만한 지역’이라고 봤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준석 후보는 서울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보냈다. 각종 방송 출연을 제외하고도 11건의 일정을 서울에서 소화했다. 특히 젊은 유권자들, 특정 직역 종사자들과 접촉면을 넓히는 데 역점을 뒀다. 대학교별 ‘학식 유세’, 청년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 건대입구·홍대입구 유세, 대한초등교사협회 간담회·젊은의사포럼 강연 등을 진행했다.

비수도권 중에선 광주 일정에 힘을 줬다. 다른 두 후보가 서울에만 머문 이날도 홀로 광주를 찾아 금호타이어 화재 현장과 복합쇼핑몰 추진 현장 등을 방문했다. 이준석 후보의 행보를 두고는 당장의 승패보다 중장기적인 정치적 입지 다지기를 염두에 둔 전략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청년 인구가 집중된 수도권을 기반으로 하고, 호남 지역에서도 개발 소외에 대한 지적 등을 통해 소기의 성과를 거둔다면 다른 보수 후보들과 차별화를 노릴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송경모 김승연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