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정 갈등으로 병원을 떠났던 전공의들이 수련병원에 복귀할 수 있도록 20일부터 추가 모집을 시작한다. 의료계 자체 조사 결과 3000명에 가까운 사직 전공의가 복귀 의사를 밝힌 데 따른 조치다. 그러나 복귀 희망자 상당수가 필수의료 패키지 재논의 등 ‘조건부 복귀’를 내걸어 실제 전공의가 얼마나 돌아올지는 미지수다.
보건복지부는 19일 “수련 현장의 건의에 따라 5월 중 전공의 추가모집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상반기 중 추가 모집은 없다던 기존 입장을 번복한 것이다. 추가 모집은 20일부터 이달 말까지 수련병원마다 자율적으로 진행된다.
정부는 사직 전공의들이 복귀 조건으로 내세운 사항들을 최대한 수용키로 했다. 이번 추가 모집 합격자의 수련 기간은 다음 달 1일부터 내년 5월 31일까지다. 고연차 전공의는 내년 2월 치러지는 전문의 시험에도 응시할 수 있다.
지난 1월 ‘사직 전공의 복귀 지원 대책’에 포함된 수련 특례도 적용한다. 합격자는 원 소속 병원·과목·연차가 기존 승급자 등으로 이미 채워진 경우에도 그대로 복귀할 수 있다. 다만 ‘제대 후 복귀 보장’ 요구에 대해서는 기존 복귀자와의 형평성 등을 고려해 추후 검토키로 했다.
사직 전공의들이 협의 후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필수의료 패키지의 경우에도 이미 확정된 과제까지 변경하는 건 어렵다는 입장이다. 복지부는 “구체화가 필요한 과제는 현장 목소리를 충분히 들어 보완하겠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대한수련병원협의회(대수협) 등 6개 단체 요구를 수용하는 형식으로 이번 추가 모집을 허용했다. 최근 대수협이 사직 전공의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4794명 중 2924명(61%)이 복귀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2205명(46%)은 조건부 복귀를, 719명(15%)은 즉시 복귀를 선택했다. 대한의학회 설문조사에선 300명 안팎이 복귀 의사를 표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사직 전공의는 지난 3월 기준 1만1713명이다.
복지부는 “상당수 전공의가 복귀 의향을 밝혀 기회를 부여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의 수급 차질을 막고 1년 넘게 지속한 의료공백을 해결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원칙을 또 허물었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앞서 교육부는 의료계 입장을 수용해 내년도 의대 정원을 증원 이전 규모인 3058명으로 되돌렸다. 하지만 끝내 수업을 거부한 의대생 8305명이 유급 처분을 받았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