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영 언론들이 고구려가 중국의 고대 지방 정권이라는 억지 주장을 또 들고 나왔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 지린일보는 19일 중국의 한 독지가가 ‘국제 박물관의 날’인 전날 지린성 지안시박물관에 1700여년 전 고구려 황금 인장을 기증했다고 전하며 이 같은 주장을 되풀이했다.
이 인장은 말 모양(오른쪽 사진)으로 높이는 2.8㎝, 무게는 약 88g이다. 가로 2.4㎝, 세로 2.3㎝의 인장면(왼쪽)에 ‘진고구려귀의후(晉高句驪歸義侯)’라고 새겨져 있다. 차이나가디언의 홍콩 경매에 지난달 출품돼 약 19억3000만원에 낙찰됐다.
신화통신은 이 인장이 서진(西晉·265~317년)이 고구려에 준 관인이라며 “고구려가 중원 왕조의 유효한 관할 아래 있었음을 증명한다”고 강조했다. 지린일보는 “고구려는 중국 동북의 고대 민족 지방 정권으로서 양한(전한·후한), 위진남북조, 수·당 등 세 역사 시기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양진(서진·동진) 이후 중국 중앙정부는 내부 소수민족 정권의 지도자에게 인장을 수여하는 전통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책봉이나 인장 수여를 지배종속 관계로 해석하는 것은 고대 동아시아 외교관계의 특성을 무시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대재 고려대 한국사학과 교수는 지난 3월 한국고대사학회에 이 인장을 소개하면서 “일각에선 인장의 존재를 고구려에 대한 진의 지배를 보여주는 실물 자료로 확대 해석하지만, 책봉과 인장의 분급은 동아시아의 오래된 외교적 형식으로 실제 국제정세와 상당한 거리가 있다”며 “4세기 이후 진은 북방 오호에 의해 위축된 상태였고 대외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선비나 오환 및 고구려의 수장에게 금인을 나눠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2002년부터 추진한 ‘동북공정’을 통해 고구려와 발해를 ‘중국의 지방 정권’으로 간주하고 중국사에 편입시켰다. 특히 고구려와 다른 나라는 계승 관계가 없다며 중국 정사의 기록마저 부인했다. 중국의 정사인 ‘송사’ ‘요사’ ‘금사’ 등에는 고려가 고구려를 계승했다고 기록돼 있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