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전사 참모장 “곽종근, 표결 못하게 의원 끌어내라 지시”

입력 2025-05-19 19:03 수정 2025-05-20 00:01
내란 우두머리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된 오전 공판을 마친 뒤 기자들 질문을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에 대해 사과할 뜻이 있느냐는 등의 질문에 “변호인이 얘기하시죠”라고만 말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혐의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육군 특수전사령부 참모장이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이 ‘의원을 끌어내라’고 직접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곽 전 사령관이 계엄 당시 누군가와 통화하며 “문을 부수고서라도 들어가겠다”고 복창한 후 이 같은 지시를 내렸다는 것이다.

박정환 특전사 참모장(준장)은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 심리로 열린 윤 전 대통령 내란 우두머리 혐의 4차 공판기일에 출석했다. 박 준장은 12·3 비상계엄 당시 특전사 지휘통제실에서 곽 전 사령관과 함께 있던 인물이다.

그는 곽 전 사령관이 누군가와 통화한 뒤 “문을 부수고서라도 들어가겠다”고 복창했고, 이후 이상현 특전사 1공수여단장과 김현태 707특임단장에게 직접 지시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박 준장은 “기억나는 내용은 ‘유리창을 깨라’ ‘문 부수고라도 들어가라’ ‘표결 못 하게 의원 끌어내라’였다”고 말했다. 박 준장은 “지시가 매우 충격적이었다”며 “‘표결하면 안 된다. 빨리 들어가라’고 지시할 땐 옆에 있는 참모들과 ‘이건 아닌데’라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지시를 들은 참모들이 서로 눈을 마주치고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고도 증언했다.

다만 박 준장은 곽 전 사령관이 누구와 통화했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곽 전 사령관은 앞서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증인신문 등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화폰으로 전화해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고 했고, 의원을 지칭한 게 맞는다는 취지로 증언한 바 있다.

곽 전 사령관이 당시 계엄사령관이었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에게 공포탄, 테이저건 사용을 대비해 지침과 권한을 요청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다만 박 준장은 “일종의 경고 차원에서 소음효과 등을 위해 지침을 달라고 한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곽 전 사령관과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계엄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는 취지로 말을 맞췄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박 준장은 계엄 해제 직후 곽 전 사령관이 ‘방첩사령관’이라고 말하며 받은 전화에서 ‘방송 보고 알았다’ ‘부관이 내일 지우는데’ 등의 말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계엄 선포를) ‘방송 보고 알았다고 하자’고 말했다고 짐작했다. 추측이지만 (비화폰 통화기록을) 지우자는 반응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검찰이 추가 기소한 윤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사건의 모두절차도 진행됐다. 윤 전 대통령 측은 “평화적 계엄” 주장 등을 되풀이했다. 눈을 감고 있던 윤 전 대통령은 재판부가 인정신문을 위해 그를 부른 후 “피고인 혹시 주무시는 건 아니죠”라고 묻자 자세를 고쳐 잡고 고개를 끄덕였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재판에 이어 두 번째로 지상 출입구로 출석하면서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오전 재판 후 취재진이 비상계엄을 사과할 의향이 있는지 재차 묻자 “변호인이 얘기하시죠”라고만 말했다. 재판에서도 발언을 하지 않았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