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로 해양영토 지키는 첨병”… 최첨단 연구선 이어도2호

입력 2025-05-20 00:55
한국해양과과학기술원(KIOST) 소속 새 연구선 이어도2호가 18일 경남 거제시 사등면 아시아조선소에 정박해 있다. 국민일보는 국내 언론 중 처음으로 이어도2호에 올라 내부를 둘러봤다.

18일 오후 4시, 경남 거제시 사등면 아시아조선소. 육상 독에선 용접과 절단 작업이 한창이었다. 회색 철골 구조물 틈을 지나 플로팅 독에 다다르자, 초록 갑판을 얹은 하얀 선체가 눈에 들어왔다. 20일 취항식을 앞두고 막바지 페인트칠이 진행 중인 새 연구선 ‘이어도2호’였다. 선박을 둘러싼 작업자들의 손길은 바삐 움직였고, 바닷바람을 타고 에어건 소리가 날카롭게 들려왔다.

국민일보는 국내 언론 중 처음으로 이어도2호에 올라 내부를 둘러봤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소속인 이어도2호는 33년간 임무를 수행한 이어도호의 뒤를 잇는 732t급 연구선이다. 승무원 15명과 연구원 17명 등 총 32명이 승선해 최대 20일간 항해할 수 있으며, 우리 해역의 기후·해류 관측, 심해 탐사, 위성 연계 연구 등 복합 임무를 수행한다.

“이 배의 가장 큰 특징은 자동위치제어 시스템(DP)입니다.” 진성일 이어도2호 선장은 조타실을 안내하며 “예전에는 대략적인 위치에서 샘플을 채취했지만, 이제는 해류가 심한 곳에서도 30㎝ 이내 정밀 정지가 가능해 세밀한 연구가 가능합니다. 말 그대로 ‘떠 있는 연구소’입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360도 회전이 가능한 아지무스 스러스터와 전기 추진 시스템을 갖춰 친환경성과 기동성도 뛰어나다”고 덧붙였다.

이어도2호 내부는 첨단 기술로 채워져 있었다. 조타실엔 전자해도 기반 항해 시스템이 작동 중이었고, 건식·습식연구실에는 수십 종의 제어 모니터와 극저온 냉동고가 설치돼 있었다. 승무원 숙소에서는 위성 TV와 항해 정보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고, 스타링크로 인터넷과 전화도 가능하다. 갑판은 4면이 개방돼 장비 운용과 관측에 적합하다.

연구 장비는 기존 20종에서 34종으로 늘었다. 음향 유속계(ADCP), 천해·심해용 멀티빔 측심기, 해상중력계, 초단거리 수중 위치 시스템(USBL), 광케이블 기반 무인 잠수정(ROV) 윈치 등이 새로 탑재됐다. 진 선장은 “이제는 수중 촬영이나 해난 사고 대응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박동원 KIOST 감독관은 “이어도2호는 바다 위의 정밀 측정기기”라며 “선체 하부에 설치된 ‘센서 돔’은 수중 음파 간섭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연구자 동선을 설계한 이근창 감독관은 “구획 구성, 진동 제어, 장비 배치를 모두 ‘연구하기 쉬운 배’를 목표로 설계했다”고 말했다.

이어도2호는 단지 해양 데이터를 수집하는 배가 아니다. 실제 활동 구역은 독도는 물론, 최근 중국이 고정 구조물을 설치한 서해 잠정조치수역(PMZ) 등 민감 수역까지 포함된다. 정밀 관측과 해양 환경 조사를 통해 해양 주권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할 전망이다.

이희승 KIOST 원장은 “이어도2호는 과학기술로 해양영토를 지키는 첨병이자, 기후 위기 대응과 심해 연구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플랫폼”이라고 밝혔다. 부산=글·사진 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

부산=글·사진 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