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기차에 밀린 ‘르케쉐’ 수출 드라이브 건다

입력 2025-05-20 00:18
지난 3월 5일 경기 평택시 KGM 본사에서 열린 '무쏘 EV' 출시 신차발표회에서 곽재선 KGM 회장이 차량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KGM 제공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르케쉐’(르노코리아·KG모빌리티(KGM)·쉐보레)로 불리는 중견 3사의 입지가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반면 현대자동차·기아는 성능을 개선한 신차를 중심으로 국내 점유율을 키우면서 양극화가 심화하는 모습이다. 국내 시장에서 점차 자리를 잃어가는 중견 3사는 수출을 강화하는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고 있는 분위기다.

19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중견 3사의 국내 판매량은 10만9101대다. 2020년 25만8359대, 2021년 16만7967대, 2022년 15만6187대, 2023년 12만4591대로 매년 줄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상황은 녹록치 않다. KGM은 지난 1~4월 판매량이 전년 동기(1만6425대) 대비 34.4% 급감한 1만780대를 기록했다. 쉐보레(5718대)도 1년 전(9176대)보다 판매량이 37.7% 쪼그라들었다. 르노코리아만 홀로 선전하며 체면치레했다. 르노코리아는 지난해 9월 출시한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그랑 콜레오스가 실적을 견인하며 올 들어 지난달까지 판매량 1만9246대를 기록했다. 1년 전(6945대)과 비교해 3배 가까운 성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도 KGM의 토레스, 쉐보레의 트랙스가 효자 노릇을 했었다. 중견 3사의 실적은 ‘똘똘한 한 채’가 지탱한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문제는 신차 효과가 얼마나 갈지 예상할 수 없다는 거다. 토레스와 트랙스의 판매량이 저조해지면서 KGM과 쉐보레의 실적도 내리막을 걸었다. 그랑 콜레오스의 인기가 시들해질 경우 올해 중견 3사의 판매량이 10만대 선마저 무너질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반면 현대차·기아는 한국 시장에서도 가속페달을 밟는 중이다. 국산 승용차 시장 점유율을 2020년 81.3%에서 지난해 91.4%까지 끌어올렸다. 도로에 돌아다니는 국산 브랜드 자동차 10대 중 9대 이상이 현대차·기아인 셈이다. 이 같은 양극화는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현대차(제네시스 포함)는 지난달까지 19만9994대, 기아는 17만5184대를 팔아 전년 대비 각각 5.4%, 0.4% 늘었다.

중견 3사는 해외에서 활로를 모색하는 중이다. KGM은 올해 1월 중형 SUV 액티언을 들고 튀르키예 시장에 진출했다. 지난달엔 픽업트럭 인기가 높은 호주에서 딜러를 초청해 무쏘 EV 등의 시승행사를 가졌다. 지난 6일엔 이탈리아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KGM은 수출 목표치를 9만대로 잡았다. 지난해 국내 판매량(4만6988대)의 배에 가까운 수치다. KGM 내부에서도 내수보다 수출에 힘을 주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한다. 르노코리아는 국내에서 좋은 평가를 얻은 그랑 콜레오스의 수출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최근 900대 가까운 차량을 중남미로 보냈다. 쉐보레 브랜드를 운영하는 한국GM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던진 관세 폭탄으로 인해 수출도 난관에 봉착한 상황이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