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제시한 ‘대통령 4년 연임제’ 개헌 구상이 장기 집권 시나리오와 연결되자 민주당이 고심하고 있다. 민주당은 4년 연임제 개헌을 하더라도 이 후보는 적용 대상 자체가 아니라고 강조하지만 강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이재명 연임 필요성’ 주장이 이어지면서 국민의힘은 이 후보의 설명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이 후보가 지난 18일 개헌 구상을 내놓은 이후 이 후보 팬카페 등에는 개헌 시 연임 조항을 이 후보에게도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줄을 잇고 있다. 한 지지자는 ‘일을 잘해서 지지율이 계속 올라가면 국민이 (연임을) 요청할 듯’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 후보 팬카페에는 현직 대통령도 연임 가능한 1안과 현직 대통령은 연임 불가인 2안의 복수 방안을 개헌 국민투표에 부치자는 구체적인 아이디어도 제시됐다.
민주당은 선거대책위원회 차원에서 ‘셀프 연임’ 시도는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이 후보는 개헌 구상 발표 이후 구체적인 설명 요구에 입을 닫고 있다. 이 후보가 입장문을 통해 밝힌 ‘4년 연임제 개헌’ 구상에는 현직 대통령 적용 여부, 횟수 제한 등 ‘디테일’은 빠져 있다. 앞서 지난 대선 당시 이 후보는 언론 인터뷰에서 “책임정치를 하기 위해서는 4년 중임제가 세계적인 추세”라고 언급한 바 있는데, 이번에 중임제가 아닌 연임제를 제안한 배경에 대해서도 추가 설명을 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이 빈틈을 파고들어 공세를 펴는 양상이다.
이 후보 개헌 구상의 진정성을 두고도 공방이 일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 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10대 공약에 ‘4년 중임제’ 개헌안을 포함했지만 이번에는 개헌 부분을 아예 제외했다. 그러다 일주일 뒤 예고 없이 개헌 카드를 꺼냈다.
이에 민주당 관계자는 “전략적인 차원에서 개헌 발표 시점을 조율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다만 보수 성향의 한 법학자는 “대선을 불과 16일 앞두고 개헌을 불쑥 던지면 진정성이 있다고 볼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후보가 보다 분명하게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후보가 지난해 당대표 연임을 위해 당권·대권 분리를 명시한 당헌·당규를 개정했던 이력도 있는 만큼 개헌안의 오해 소지를 분명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대중은 이 후보가 ‘자신을 위해 룰을 바꾸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며 “정치 공세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이 후보가 책임 있게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