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대선은 암호화폐(가상자산) 산업 육성 정책이 전면에 등장한 첫 번째 대선이다. 후보들은 1000만 암호화폐 투자자의 표심을 얻기 위해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 등 관련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업계는 이에 호응하면서도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총선에서 여러 암호화폐 진흥 공약이 단지 표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 사례가 있어서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모두 암호화폐 산업 육성책을 내세우고 있다. 두 후보는 디지털 자산 생태계를 제도권에 안착시키기 위한 법과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공약했다. 업계의 오랜 염원인 비트코인 현물 ETF 허용에도 동의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현물과 선물 ETF 상장을 모두 허용하지 않고 있고, 해외 거래소를 통한 매매도 금지돼 있다.
비트코인 현물 ETF는 미국과 캐나다, 홍콩 등에 상장돼 활발하게 거래 중이다. 지난해 1월 미국에서 허용되면서 투자금을 끌어모으고 있다. 미국에 상장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 ETF 총 운용자산은 1148억 달러(약 160조원)다. 이처럼 비트코인 현물 ETF를 허용하면 가상자산 업계는 물론 금융시장도 동반성장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생각이다.
비트코인이 제도권 상품으로 거래되면 신뢰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고 복잡한 절차 없이 주식 계좌만으로 투자할 수 있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은 지난 13일 한국핀테크산업협회와 함께 개최한 콘퍼런스에서 “주식과 채권 등 전통적인 자산과 상관관계가 매우 낮은 특징을 활용해 분산 투자 효과가 매우 큰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다”며 “다양한 전략의 (암호화폐) ETF를 출시해 투자자의 선택 폭을 더욱 넓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이번 주 산업 진흥을 위한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발의할 예정이다. 시장 요구인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내용이 담긴다. 국민의힘이 먼저 공약으로 내세운 ‘1거래소 1은행 원칙 폐기’도 검토하기 시작했다.
업계는 양당의 공약에 환영의 뜻을 나타내면서도 표를 얻기 위한 공수표 아니냐는 의구심을 표시한다. 지난해 총선에서도 지금과 비슷한 공약이 나왔지만 선거가 끝난 뒤 구체화되지 않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은 논의만 활발하고 실행은 더뎌 자산과 기술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며 “말이 아닌 실행으로 공약의 진정성을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