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바다에 우뚝 선 SK 풍력… 재생에너지 글로벌 확장 첨병

입력 2025-05-20 00:51

지난 13일(현지시간) 베트남 호찌민시에서 버스로 2시간을 달려 도착한 최남단 메콩델타의 벤짜우 선착장. 다시 배를 타고 메콩강과 이어진 북동쪽 바다를 향해 30분가량 나가자 바다 한가운데 거대한 풍력 터빈이 줄지어 모습을 드러냈다. SK이노베이션 E&S가 운영 중인 총 150MW 규모의 탄푸동(TPD) 해상풍력 발전 단지 현장이다. TPD는 베트남 티엔장 지역 내 최대 규모이자 상업 가동에 들어간 최초의 해상풍력 프로젝트다. SK이노베이션 E&S가 보유한 글로벌 재생에너지 자산 중 가장 큰 발전 단지이기도 하다. 터빈 하단부에 위치한 10m 높이의 사다리를 타고 오르자 축구장 25개 크기의 드넓은 해수면 위로 4.2MW급 풍력 터빈 36기가 풍절음을 내며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티엔장 지역은 연평균 6~8m/s의 안정적인 풍속과 적절한 수심, 평탄한 해저 지형 등 해상풍력 발전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권기혁 SK이노베이션 E&S 베트남 대표사무소장은 “베트남은 해안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아도 바람이 좋다”며 “수심이 얕을수록 투자비가 적어지기 때문에 니어쇼어(해안에서 10km 미만 근해에 터빈을 설치해 전력을 생산하는 방식)가 각광을 받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TPD 프로젝트의 경우 해상풍력의 연간 발전량은 443GWh, 발전 이용률은 33.6%에 달한다”며 “한국에서는 원해(오프쇼어·off shore)에 해상풍력을 설치해 얻을 효율을 TPD 프로젝트는 니어쇼어에서 충족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TPD 프로젝트의 총사업비는 약 4500억원이다. 지난 2021년 10월 50MW 1단계 사업에 이어 2023년 5월 100MW 2단계 사업을 완료하고 종합 준공했다. 베트남 대기업 그룹인 TTC의 재생에너지 자회사 GEC가 처음 개발에 나섰고 SK이노베이션 E&S는 2022년 파트너사로 합류해 지분 45%를 보유 중이다. 연간 발전량은 베트남 현지 기준으로 약 20만 가구가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권 소장은 “베트남 국영 전력사인 EVN과 장기 고정가격 계약을 맺고 전력을 판매한다”며 “연간 약 500억원의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E&S는 베트남을 글로벌 재생에너지 사업의 전초기지로 삼고 선제적 투자를 단행했다. 유리한 자연환경과 우호적인 국가 정책에 힘입어 급격한 성장을 기대할 만해서다. 다수의 글로벌 기업이 진출해 있어 RE100 이행을 위한 재생에너지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점도 긍정적 투자 요인이다. 베트남에서는 전력을 필요로 하는 기업이 전력 독점 공급자인 EVN을 거치지 않고 재생에너지 발전사와 직접 계약을 맺은 뒤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는 DPPA 제도를 지난해 7월 처음 도입했다. SK이노베이션 E&S는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전력구매계약(PPA)을 협의 중인 단계다.

탄소배출권 확보도 TPD 프로젝트에 진출한 이유 중 하나다. 이 프로젝트 투자 당시 향후 온실가스 감축 사업으로 인정받으면 탄소배출권 전량을 SK이노베이션 E&S가 갖는 조항을 계약에 포함했다. 이를 통한 탄소배출권 예상 확보량은 연간 약 26만t에 달한다. 권 소장은 “베트남에서 쌓은 경험과 역량을 토대로 동남아와 동유럽, 북미 등으로 글로벌 재생에너지 사업 확장을 본격화해 현재 보유한 약 1GW 규모의 글로벌 파이프라인을 2030년 2배 이상으로 키울 계획”이라고 전했다.

티엔장=김혜원 기자 ki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