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개헌 공약 하루 만에 티격태격… 일정이라도 꼭 합의해야

입력 2025-05-20 01:30
국민일보DB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개헌을 약속했지만 양당은 하루 만인 19일 상대 공약의 문제점을 들추며 사사건건 대립했다. 표를 얻으려고 급조한 공약이라거나 권력을 더 집중시키기 위한 꼼수 개헌이라고 폄하했다. 원내 제1당, 2당 후보가 나란히 공약을 내놔 모처럼 개헌에 대한 기대를 높였지만 이렇게 공방만 주고받다 과거처럼 선거 뒤 또 흐지부지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 후보 개헌안은 4년 연임제와 국무총리 국회 추천제, 감사원 국회 이관 등이 골자다. 하지만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제왕적 대통령제를 뜯어고치겠다는 명분과 달리 입법 권력을 다수당 중심으로 더욱 집중시키는 개헌안”이라고 비판했다. 다수당인 민주당 중심으로 총리가 추천되고 감사원이 운영되면 권력이 더욱 집중될 것이란 주장이다. 국민의힘은 또 이 후보가 지난 대선에선 4년 중임제와 대통령 임기를 1년 단축해 총선·대선을 함께 치르자고 했다가 이번엔 4년 연임제만 내놓은 데 대해서도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김 후보는 차기 대통령 임기를 3년으로 단축한 뒤 4년 중임제로 개헌하고, 대통령의 형사상 불소추 특권 폐지 등을 내걸었다. 하지만 윤여준 민주당 상임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내란을 사과하지 않는 개헌 주장은 불리한 선거 국면을 모면해 보려는 얕은 술수”라고 깎아내렸다. 민주당은 또 임기 3년 단축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잔여 임기만 채워야 한다는 주장이며, 불소추 특권 폐지 역시 이 후보 당선 시 형사소추를 염두에 둔 정략이라고 맞섰다.

개헌은 정치 지형과 이념에 따라 입장이 나뉘기 마련이다. 또 선거를 앞둔 상황이라 더 예민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런 입장차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것은 지지율 1, 2위 후보 모두 개헌을 약속했다는 점이다. 특히 이 후보는 이르면 2026년 지방선거, 늦어도 2028년 총선 때 개헌을 하겠다는 것이고, 김 후보도 임기를 단축해 2028년 총선 때 새 대통령을 뽑겠다고 했다. 낡은 정치와 권력체제를 빨리 바꾸려면 가급적 지방선거 때 하면 좋겠지만 그때가 아니라면 적어도 2028년에는 할 수 있다는 것으로 수렴된다. 그렇기에 후보들이 진짜 의지가 있다면 대선 전에 개헌 일정만큼은 분명히 합의하면 좋을 것이다. 남은 TV토론 등에서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기왕이면 후보들 간 개헌 이행 협약을 체결해 구속력 있는 약속으로 남겨야 한다. 모처럼 찾아온 좋은 기회를 후보들이 의미 있는 결실로 갈무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