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맵모빌리티가 연이은 실적 악화 속에 주요 사업들을 정리하며 외형을 줄이고 있다. 한때 모빌리티 유니콘으로 평가받던 시장의 기대감은 사라졌고, 핵심 목표로 내세웠던 기업공개(IPO)도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19일 정보통신(IT) 업계에 따르면 티맵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상장 추진을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하지만 실적 부진이 지속하는 데다 시장 경쟁 심화, 밸류에이션 하락 등이 복합적인 문제로 부각되면서 상장 실현 가능성 자체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업계 안팎에서 확산하고 있다.
티맵은 2021년 총 4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당시 투자에 참여한 재무적투자자(FI)들과 올해 상장 추진을 약속했다. 티맵은 지난해 상장 추진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혔지만, 아직 상장 주관사도 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티맵은 최근 비핵심 사업을 모두 처분하는 등 수익성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티맵은 이달 법인 대리운전 회사 ‘굿서비스’ 지분 전량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올해 초에는 킥보드 브랜드 씽씽·지쿠터와 제휴를 맺고 진행해 온 전동킥보드 서비스 사업에서 철수했고, 지난달엔 자회사인 서울공항리무진 지분 100%를 매각했다. 지난해 12월에는 택시 호출 플랫폼 ‘우티’ 지분 49% 전량을 우버에 매각하고, 2015년부터 이어온 택시 사업을 종료했다.
하지만 수익성 확보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티맵은 지난해 매출 3226억원, 영업손실은 434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 영업손실 978억원에 비하면 손실 규모는 다소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흑자전환에는 이르지 못했다. 매출 3000억원을 돌파하고도 흑자를 내지 못하는 구조는 플랫폼 자체의 비즈니스 모델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올 1분기에도 9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400만명에 달하는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지만 뚜렷한 수익화 모델이 부재한 것도 고질적인 문제로 꼽힌다. 최근 철수를 결정한 택시와 대리운전 사업에서는 독보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카카오모빌리티를 상대할 핵심 경쟁력이 없었고, 쏘카·우버·타다 등 경쟁사들의 시장 점유율이 상당한 수준까지 올라 있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시장에 진입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티맵이 어렵게 상장에 성공하더라도 희망 밸류에이션을 인정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022년 KB국민은행이 2000억원을 투자하면서 몸값으로 2조2000억원을 책정했지만, 현재 시장 평가액은 1조 원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티맵은 SK텔레콤의 모빌리티 사업 부문으로 운영되다가 2020년 분할했다. 분사 이후 종합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사업을 확장해 왔으나 수 년째 흑자전환에 실패하면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아픈 손가락’이 됐다. 업계 관계자는 “티맵은 최 회장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회사로 이 회사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