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SPC 세 번째 끼임 사망 사고… 기업 할 자격 있는가

입력 2025-05-20 01:10
사고가 발생한 시흥 SPC삼립 시화공장 내 기계. 시흥소방서 제공

잇단 사고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SPC 계열 제빵공장에서 또다시 노동자가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끔찍하고 참담한 일이며,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불과 4년 사이에 같은 그룹에서 세 명의 노동자가 공장에서 일하다 목숨을 잃었다. 반복된 죽음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구조적 안전불감증이 빚은 비극이다.

19일 새벽 3시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50대 여성 노동자가 윤활유 작업 중 컨베이어 벨트에 상반신이 끼어 숨졌다. 앞서 2022년에는 평택 SPL 공장에서 20대 여성이 소스 교반기에, 2023년 성남 샤니 공장에선 50대 여성이 반죽 기계에 끼어 사망했다. 그 외에도 손가락 절단 등 각종 산업재해가 끊이지 않았다. 국내 1위 제빵기업인 SPC 계열 공장에서 지난 4년 동안 일어난 산재 사건은 572건에 달한다. 특히 다른 제빵공장에서는 보기 드문 끼임 사망사고가 유독 SPC에서 반복되는 이유를 회사는 답해야 한다.

SPC는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고개를 숙였지만 현장은 바뀌지 않았다. 안전시스템은 개선하지 않은 채 형식적인 교육과 사과만 되풀이하고 있다. 2022년 사고는 2인 1조라는 기본 안전 수칙조차 지키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됐다. 당시 강동석 SPL 대표가 기소돼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지만, 그룹 수장인 허영인 회장은 책임을 면했다. 그러나 비슷한 사고가 반복되고 있는 만큼 SPC는 그룹 차원의 책임을 더 이상 회피해서는 안 된다.

산업현장의 안전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노동자의 생명을 경시하는 기업은 존재 이유를 찾기 힘들다. SPC는 “피 묻은 빵을 먹지 않겠다”던 소비자의 경고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철저히 조사하고,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 반복된 죽음을 방치하는 기업에 더 이상 사회적 신뢰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