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 치료는 기존 의학이 해결하지 못한 난치성 질환과 퇴행성 질환의 새로운 돌파구로 주목받고 있다. 조혈모세포 이식이 백혈병과 림프종 치료에 널리 활용되는 것은 물론, 퇴행성 관절염과 심근경색, 뇌졸중과 척수 손상, 크론병 등의 치료에서도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당뇨병 환자의 췌도세포 재생, 심부전 환자의 심근세포 복구, 심각한 화상 환자의 피부 재생 등 여러 분야에서 줄기세포 치료의 가능성이 두드러지나 여전히 대부분의 치료법은 임상시험 단계에 있다. 표준 치료로 자리 잡기까지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골관절염 치료의 경우 기존엔 인공관절 수술이 주된 치료법이었지만 최근엔 자가 골수 줄기세포를 활용한 연골 재생 치료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환자 골수에서 채취한 줄기세포를 배양해 연골을 재생하는 방식인데, 이는 맞춤형 치료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천공술을 이용한 골수 채취 방식은 환자마다 채취량이 다른 문제를 보완할 수 있어 보다 안전한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몇 년 전 우리 병원이 치료를 맡았던 14세 미얀마 소녀가 떠오른다. 의학 교과서에서도 본 적이 없을 정도로 매우 심하게 다리가 휜 소녀였다. 거의 원심형에 가까운 형태로 휘어 있었다. 이를 교정하기 위해 여섯 곳을 절골해야 하는 복잡한 수술이 필요했다. 기존 수술 방법으로는 긴 회복 기간이 필요하고 완전한 조직 재생이 어려울 가능성이 컸다. 이때 우리는 소녀의 자가 골수 줄기세포를 활용해 뼈가 빠르고 건강하게 회복될 수 있도록 유도했다. 수술 후 줄기세포의 강력한 조직 재생 효과 덕분에 소녀는 정상적인 다리 정렬을 되찾았다. 회복 과정에서도 우수한 결과를 보였다. 통증 없이 자유롭게 걸을 수 있는 건 물론이고 후유증 없이 건강을 되찾았다.
라오스에서 온 50대 골관절염 환자에게도 자가 골수 줄기세포 치료를 적용했다. 이 환자는 무릎 관절 연골이 심하게 닳아 극심한 통증을 겪고 있었다. 인공관절 수술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는 상태였지만 이를 시행하기엔 너무 젊은 환자였다. 우리는 미세천공술로 자가 골수 줄기세포를 주입하여 연골 재생을 유도했다. 그 결과 초자연골로 분화되면서 통증이 현저히 감소하고 무릎 기능이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는 결과를 얻었다. 기존 연골 손상 치료법이 대부분 섬유연골로 대체되는 것과 달리 초자연골로 분화된 건 의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들 사례는 자가 골수 줄기세포 치료가 실제 임상에서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다. 이는 단순한 실험적 접근이 아니며 환자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치료법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희귀난치성 질환에서도 줄기세포 치료의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다. 근위축성 측삭경화증(ALS)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에서 신경세포 보호 및 재생을 목표로 하는 연구들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또 근이영양증과 같은 유전 질환에서는 유전자 치료와 줄기세포 치료를 병행하는 방식이 시도되고 있다. 향후 획기적 치료법이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망막색소변성증과 같은 시각 장애, 난청을 유발하는 청각세포 손상에서도 줄기세포를 활용한 치료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줄기세포 치료가 의료 현장에서 더욱 정착되기 위해선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면역 거부 반응과 종양 형성 가능성, 치료 효과의 일관성 확보 등 기술적 난제가 남아 있다. 치료 비용도 많이 들어 대중화되기까지는 의료 시스템 내 정책적 지원이 필수적이다.
국내 재생의학 연구는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으며 다양한 임상 연구를 거쳐 실질적 치료 옵션으로 자리 잡고 있다. 줄기세포 치료는 난치성 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다. 앞으로도 정교한 연구와 기술 개발을 통해 하나님이 인간에게 선물한 몸을 치유하는 더욱 효과적이고 안전한 치료법으로 발전하길 기대해 본다.
(선한목자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