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권한 분산’ 취지 같지만… 국회는 책임 강화-견제 엇갈려

입력 2025-05-18 19:00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8일 내놓은 개헌 구상은 대통령 권한을 분산하는 대신 국회 책임을 강화하고, 검찰 등 권력기관의 힘은 빼는 것으로 압축된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발표한 개헌안은 이와 반대로 국회의 권한을 견제하고, 사법기관에 대한 정치권력의 영향력 행사를 차단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서 있는 정치 지형과 이해 관계가 저마다의 개헌안에도 투영돼 있는 것이다. 대선 이후 실제 개헌 논의가 본격화되더라도 양측 구상대로 개헌이 이뤄질지 미지수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 후보 개헌안의 골자인 ‘4년 연임제’는 현행 대통령 5년 단임제를 바꿔 4년씩 두 번 연이어 재임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이 후보는 “대통령 권한을 남용해 윤석열 전 정권처럼 친위 군사 쿠데타를 하거나 국가권력을 남용해 국민 인권을 짓밟는 행위가 불가능하도록 통제 장치를 좀 더 분명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4년 연임제는 지난 대선 때 공약한 ‘4년 중임제’보다 더 강력한 ‘중간평가 장치’라는 게 민주당 설명이다. 중임제와 달리 연임제는 재임 횟수에 제한을 두고 있다는 얘기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이미 대통령을 지낸 사람이 대선판에 기웃거릴 가능성 자체를 상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에 제한을 두겠다는 배경에도 대통령 권한 통제 수단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이 후보는 “본인과 직계가족의 부정부패, 범죄와 관련된 법안이라면 원천적으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며 “이를 지키지 않으면 국회가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해 삼권분립의 가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석열 전 대통령 임기 중 거부권에 막혀 단 한 번도 특검이 가동된 적 없다는 점을 겨냥한 것이다.

이 후보는 대신 국회의 권한과 책임을 강화하는 데 무게를 뒀다. 국무총리에 대한 국회 추천제와 감사원의 국회 이관이 핵심이다. 특히 국무총리 추천제의 경우 당내 논의 과정에서도 반대가 많았지만 이 후보가 강한 추진 의지를 보였다고 한다. 그는 “대통령이 총리의 권한을 존중하도록 해 국무총리로서 맡은 직무를 더 든든히 수행하게 하자”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와 함께 “검찰의 영장 청구권 독점 규정을 폐지하고 적법한 권한을 가진 다른 기관이 영장을 청구할 수 있게 해 수사기관끼리 견제가 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고위공직자범죄수처, 검찰청, 경찰청과 같이 중립성이 필수적인 수사기관의 기관장 임명 때도 반드시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는 방안을 밝혔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이 후보의 4년 연임에 맞서 차기 대통령의 경우 임기를 3년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4년 중임제 개헌을 제안했다. 국회의원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 폐지 구상도 담겼다. 아울러 직접민주주의 강화 차원에서 국민입법제와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김 후보는 “법 앞에 누구나 평등하다는 원칙은 국회의원에게도 예외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또 개헌을 통한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중립성·독립성 확보도 제시했다. 그는 “대법관과 헌법재판관 추천위원회를 법정 기구화하고, 국회 3분의 2 동의를 받도록 해 특정 정치세력이 사법부를 지배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박장군 정우진 기자, 광주=김승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