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던진 ‘관세 폭탄’에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휘청이고 있다. 주요 완성차업체는 실적 전망치를 대폭 낮추는 한편 구조조정에도 칼을 빼들었다. 불확실한 경제 상황 속에서 본격적인 ‘생존 모드’에 돌입한 것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실적 전망치를 줄줄이 낮추고 있다. 세계 1위 자동차 업체 토요타는 2025년 회계연도 영업이익을 전년보다 20.8%나 낮은 3조8000억엔(약 36조5438억원)으로 전망했다. 미국 관세 정책의 영향으로 올해 4~5월에만 1800억엔(약 1조7300억원)의 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사토 고지 토요타 최고경영자(CEO)는 “자동차 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 앞을 내다보기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혼다는 올해 회계연도 순이익이 1년 전보다 70% 감소한 2500억엔에 그칠 것으로 예측했다. 포르쉐는 올해 영업이익률 전망치를 기존 10.0~12.0%에서 6.5~8.5%로 낮췄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관세로 인한 비용이 약 50억 달러(약 7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면서 순이익 전망치를 최대 125억 달러에서 82억~101억 달러로 낮췄다. 스텔란티스, 포드, 메르세데스 벤츠 등은 아예 실적 전망치를 내놓지 않았다. 관세로 인한 시장 환경이 급변하고 있어서 향후 실적을 예측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일부 기업은 인원 감축에 나섰다. 닛산은 최근 직원 2만명을 감원하는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11월 9000명 감원 계획을 발표했는데 여기서 1만1000명을 더 줄이기로 한 것이다. 공장 수도 2027년까지 17곳에서 10곳으로 줄일 계획이다. 2030년까지 인력 3만5000명을 감축하기로 했던 폭스바겐은 추가 구조조정 가능성을 내비쳤다. 아르노 안틀리츠 폭스바겐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역사적인 구조조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아우디는 2029년까지 7500명을 감원할 계획이다.
트럼프 행정부 관세 정책의 노림수 중 하나는 글로벌 기업의 생산기지를 미국으로 끌어들이는 것이었다. 그러나 오히려 미국 내 자동차 생산이 줄어들 거란 전망도 나왔다. 자동차 시장 분석업체 오토포캐스트는 올해 북미 자동차 생산량이 전년 대비 6.9% 감소한 1490만대에 그칠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 내 차량 가격도 오름세다. 지난달 평균 신차 가격은 2.5% 상승했다. 월평균 할부금도 753달러(약 105만원)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