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진 미 신용등급… 금융시장, 변동성 위험 노출됐다

입력 2025-05-19 00:21
미국 뉴욕 소재 무디스 본사 로고. AFP연합뉴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최고등급인 ‘Aaa’에서 ‘Aa1’으로 한 단계 강등하면서 금융시장이 변동성 위험에 노출됐다. 18일 월가에서는 무디스의 강등이 미국 국채 가격 하락으로 이어져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타격을 받은 시장에 또 다른 악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16일(현지시간) 무디스의 신용등급 하향 소식이 전해지자 뉴욕 국채 시장에서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장중 0.06%포인트 상승해 4.499%까지 올랐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줄어들면서 상승세였던 미 국채 금리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국채 금리 상승은 시중 금리도 끌어 올리는데 정부는 물론 기업과 개인이 자금을 조달할 때 이자 부담이 늘어나 경제에 부적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증시에도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최고의 안전 자산으로 꼽히는 미 국채의 지위가 불안정해지면 자금이 미국 밖으로 빠져나가 금융시장에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골드만삭스는 무디스 발표 전 보고서를 내고 올해 말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가 4.5%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종전 전망치 4.0%에서 0.5% 포인트 상향한 것이다. 지난 12일 미·중 무역합의 이후 경기 침체 가능성이 줄면서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낮아진 탓이다.

과거에도 국가 신용등급 하향은 미 국채 금리를 올리는 역할을 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2023년 8월 미 국가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자 미 10년물 국채 금리는 5% 선에 근접했다.

미 국채 금리가 오르면서 장기채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한 서학개미의 수익률은 하락하고 있다. 에이스(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는 올해 들어 5.75% 손실을 봤다.

무디스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은 달러 약세도 가속할 수 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노이버거 버먼(Neuberger Berman)은 강등 발표 이후 “달러화 약세가 더욱 심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 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의 주간거래 종가는 전 거래일보다 4.9원 내린 1389.6원이었다. 지난해 11월 8일 이후 6개월여 만에 최저치다. 1450원대에서 미국 국채나 주식에 투자했던 투자자라면 환차손을 보게 됐다.

달러화가 약세를 보인다면 미국 주식의 매력이 낮아진다. 코스피도 최근 5주 연속 상승한 만큼 하락의 빌미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상승 탄력이 둔화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무디스 신용등급 강등의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금융 위기 이후 금융기관의 명시적인 등급 지침 사용이 줄어들었다. 기술적인 관점에서 이번 등급 하향은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