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흡연, 폐암 위험 54배”… 담배소송 뒤집히나

입력 2025-05-18 19:12 수정 2025-05-18 19:29

폐암과 후두암 발병은 흡연이 직접적 원인이고 유전적 요인은 극히 미미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폐암 환자 등 13만여명을 10여년 동안 추적 관찰한 결과다. 폐암 발병의 책임이 담배에만 있는 게 아니라 가족력 등 유전적 요인도 무시하기 어렵다는 담배 제조사들의 주장과 배치되는 내용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담배 제조사들이 12년째 벌이고 있는 500억원대 진료비 청구소송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연세대 보건대학원 지선하 교수 연구팀과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은 18일 폐암·후두암 발생 원인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유전위험점수’(해당 질환에 대한 유전적 위험도)가 동일하더라도 ‘총 흡연 기간이 30년 이상이면서 매일 한 갑씩 20년 이상 피운(30년 이상, 20갑년)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소세포폐암 발생 위험이 무려 54.49배 높았다. 편평세포폐암과 편평세포후두암도 각각 21.37배와 8.3배로 연관성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2004~2013년 전국 18개 민간검진센터 수검자 중 폐암·후두암 등 확진자 13만6965명을 대상으로 분석을 진행했다. 건강검진 및 유전위험점수, 중앙암등록, 건강보험 자격 자료를 연계해 2020년까지 추적·관찰해 이 같은 결과를 도출했다.


연구팀은 폐암과 후두암의 발생에 흡연이 영향을 미치는 정도(기여위험도)도 살펴봤다. 소세포폐암의 기여위험도는 무려 98.2%로 나타났다. 편평세포후두암은 88.0%, 편평세포폐암 86.2%, 폐선암 73.3%였다. 반면 유전적 요인은 전체 폐암 0.7%, 편평세포폐암 0.4% 수준으로 미미했다.

건보공단은 지난 2014년 국내 담배업계 점유율 상위 3사(KT&G·필립모리스코리아·BAT코리아)를 상대로 533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흡연 때문에 폐암 등 질병 환자가 늘었고 그로 인한 진료비로 건강보험 재정이 추가 지출됐으니, 그 손해를 담배회사가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533억원은 ‘30년 이상, 20갑년 흡연자’ 가운데 폐암, 후두암을 진단받은 환자 3465명에게 공단이 지급한 급여비다.

소송 제기 6년 만인 지난 2020년 1심 재판부는 폐암 등 질병의 원인으로 선천적 요인을 배제할 수 없다며 담배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건보공단은 이에 불복해 같은 해 12월 항소장을 제출했다. 항소심 최종변론은 오는 22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다.

박은주 기자